선거개입 주장하며 MAGA 외친 트럼프…기소로 지지층 결집 가속

입력 2023-04-05 12:09  

선거개입 주장하며 MAGA 외친 트럼프…기소로 지지층 결집 가속
혐의 부인·재판 지연·판검사 공격 등으로 정면돌파 시도 전망
유죄 가능성·다른 수사 등 사법리스크 여전…중도층 표심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른바 성관계 입막음 의혹에 대한 법원의 기소인부절차가 끝나자마자 "급진 좌파 검사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전직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상 첫 기소를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정적(政敵) 죽이기'로 돌리면서 강성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오히려 정치적 발판으로 삼아 백악관에 재입성하겠다는 재선 도전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법적 상황 자체가 대통령 재선 도전 자격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이라는 점에서 내년 본선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실제로 다수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자택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의 기소에 대해 "이와 같은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면서 "미국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수준의 대규모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기소가 자신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적 공격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사기 같은 조사로 나를 공격했으며 첫 번째 탄핵 사기에 이어 두 번째 탄핵 사기도 있었다"고 말한 뒤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습격도 여기에서 있었다"면서 기밀문서 유출 의혹과 관련한 FBI의 압수수색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이나 후안 머천 판사에 대해 각각 "급진 좌파 검사", "트럼프를 혐오하는 판사"라고 공격하며 사법처리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서 당선된 브래그 검사장에 대해서는 선거운동 때 '자신을 잡겠다'고 공약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이 정치적 수사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공을 들였다.
기소인부절차에서 전면 무죄를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면서 공화당을 결집하고 그 정치 동력을 활용해서 대선 승리까지 쟁취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대배심이 기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자 지난달 18일 선제적으로 체포설을 제기하고 '죽음과 파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지지자들의 사실상 선동하면서 이번 사건을 사실상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하지 않았지만 선거캠프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이미지가 담긴 티셔츠를 판매하면서 정치자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박해 주장에 따라 실제 공화당은 '반(反)트럼프 인사'까지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비판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니다.
야휴뉴스의 최근 조사에서 그는 과반(52%)을 차지하면서 한때 자신을 위협했던 경쟁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를 큰 지지율차로 따돌리는 등 당내 지지 기반이 크게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후원금과 자원봉사 신청도 쇄도하는 등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형 악재'가 아니라 '호재'처럼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던 다른 대선 후보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로 당내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경쟁자들의 견제도 차단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투쟁과 선거 운동을 계속 일체화하면서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적 탄압 수사 배경으로 지목하고 혐의 부인 및 재판 지연, 판검사 공격 등을 통해 '트럼프 공화당 대 바이든 민주당의 대립 구도'를 계속 선명하게 할 것이란 의미다.
이번 사건의 재판은 공화당이 대선 경선 모드에 들어가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치 일정과 재판이 사실상 맞물리는 것도 이런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문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의혹, 대선 사기 주장 등을 거듭 언급했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선거 슬로건으로 발언을 마쳤다.



다만 이번 기소의 장기적인 영향은 불투명하다.
지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여있으나 이런 결집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기 어려운 데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나 의회 폭동 사태 선동 수사 등 다른 사법 리스크, 중도층 표심에 대한 영향 등 향후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트리시 쿠라우스 뉴헤이븐대 박사는 NBC 방송에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만으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진짜 문제는 무당층이나 공화당 대 온건파에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의 결집은 민주당의 결집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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