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선점해 판매중…사용자 혼란에 악용도 우려
카카오 "필요시 도메인 구매 검토"…과거 '.com 도메인' 선점현상 재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인터넷 브라우저 주소창에 카카오 포털 '다음'을 활용한 '.ai' 도메인(인터넷 주소) 'daum.ai'(다음.에이아이)를 입력하면 난데없이 마이크로소프트(MS) 빙으로 연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ai는 원래 서인도 제도의 영국령 앵귈라(Anguilla) 국가 코드 도메인이다. 한국의 '.kr', 일본 '.jp'와 같다.
우연히 'ai'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영어 약자 'AI'와 겹치며 2010년대부터 AI 기술 관련 기업·단체들이 구입해 쓰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 이 도메인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도메인 호스팅 전문기업 후이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ai 도메인을 사용 중인 인터넷 사이트는 14만7천844개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12만7천여 건이었는데, 챗GPT 등장을 계기로 AI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등록 사이트도 급증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에서도 AI 기업 업스테이지(upstage.ai)와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furiosa.ai) 등 다수가 이 도메인을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도 'kakao.ai'를 AI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서비스 소개 홈페이지로 활용한다.
그런데 'daum.ai' 도메인은 카카오가 아니라 개인 소유다. 후이즈에 따르면 이 도메인은 지난 2021년 2월 김대용(58)씨가 취득한 상태다.
과거 IT 관련 사업을 했으며, 지금은 그림을 업으로 삼았다는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I 시대가 오는데, 외국 기업이 daum.ai를 선점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고 사업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어 보여 취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당근마켓에 이 도메인을 14억3천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2월 'ai.com' 도메인을 누군가 1천100만 달러(약 144억 원)에 구매해 챗GPT 사이트로 연결한 바 있다"면서 "요즘 최고 인기 도메인인 .ai로 마케팅을 잘하면 수십억의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 등에 괜찮은 가격에 판매하면 절반 정도는 떼어 자선사업 기금으로 쓸 것"이라며 "AI 시대에 .ai 도메인을 팔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점을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aum.ai를 '빙'으로 연결한 이유는 "그대로 두는 것보다 AI (챗봇) 시스템을 도입한 빙으로 포워딩해 사업적 가치를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이 도메인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운영 비용이 든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daum.ai 도메인을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사업에 필요한 도메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필요시 관련 도메인을 구매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씨의 행위가 유명 기업·단체명이나 상품명 등의 인터넷 도메인을 영리 목적으로 선점하는 '사이버스쿼팅'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지도가 높은 '다음' 관련 도메인이 해외 검색엔진 빙으로 이어져 사용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제삼자에 소유권이 넘어간다면 추후 카카오를 사칭해 불법 사이트로 유도하는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네이버 .ai 도메인(naver.ai)은 '로봇공학과 AI 포털'이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사이트로 연결되고, 'lg.ai'에 접속하면 중국인 소유자가 '구매하려면 연락 달라'는 메모와 함께 수백 개의 도메인 목록을 나열한 사이트가 등장한다.
인터넷 초창기 '.com'(닷컴) 도메인을 선점해 투기나 대여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ai 도메인에서 이런 현상이 재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한 AI 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최근 AI 서비스를 출시한 직후 서비스명에 기업 도메인 '.biz'를 붙인 주소를 판매하겠다는 연락이 와 놀랐다"면서 "AI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특히 외국에 브랜드 활용 도메인을 선점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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