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 닭발 권유 '역풍' 이집트, 화려한 모스크에 국민들 분통

입력 2023-04-05 16:13  

서민에 닭발 권유 '역풍' 이집트, 화려한 모스크에 국민들 분통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이집트 정부가 신행정수도에서 최근 준공한 모스크를 놓고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라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으로 빈곤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모스크는 그와는 상관없는 듯 너무 크고 화려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영국 방송 BBC는 5일 이집트의 신행정수도에 최근 모습을 드러낸 이슬람 문화 센터와 그 안에 지어진 그랜드 모스크에 대해 현지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정부는 현재 수도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진 사막에 최대 65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신행정수도를 건설 중이다.
이곳에 대통령궁을 비롯해 모든 정부 부처를 내려보내 행정 중심 도시로 키워 카이로의 인구 과밀을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주요 건물들이 완공되면서 도시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문화센터와 부속 모스크도 공사를 끝내고 관영 언론들이 모스크와 관련한 뉴스를 보도하면서 그 화려한 면면이 공개된 것이다.
면적이 1만9천㎡에 달하는 모스크는 한 번에 10만7천명까지 입장할 수 있는 대규모로 건설됐다. 규모로 보면 이 모스크는 알제리에 있는 알제 대모스크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16.6m) 나무 설교단(민바르)을 갖추고 있고, 메인 샹들리에는 세계에서 제일 무거운(24.3t) 것을 달아놓는 등 세계 기록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지게 됐다.
이 때문에 건립 비용은 8억 이집트 파운드(339억4천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이집트의 경제 상황은 너무 딴 판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0%를 넘길 정도로 살인적인 인플레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으로, 최근 정부가 닭발도 좋은 음식이라며 권고했다가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작년 이집트 화폐의 달러 대비 가치는 반토막이 났고, 현재 정부는 적자 예산을 막기 위해 다른 걸프국 투자자들에게 국가 자산을 매각 중이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2014년 당선된 후 신행정수도 계획을 발표하고 공사는 2017년부터 본격화됐으니 모스크는 지금의 경제난이 터지기 전에 계획되고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당장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워 도탄에 빠진 국민들은 SNS에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흥청망청, 미친 짓이고 돈 낭비다. 제일 높은 설교단과 제일 무거운 샹들리에가 있지만 국민은 당장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다면 샹들리에와 설교단, 모스크 전체를 팔아버려라"라고 적었다.
앞서 2012년 이집트에선 부정부패와 경제난으로 촉발된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30년간 장기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쫓겨난 바 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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