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체포영장 발부 인사, 화상 브리핑 추진…서방 "헤이그서 해명하라"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은 러시아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강제 이송 문제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안보리 브리핑을 추진하자 서방국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안보리 순회의장국이 된 러시아 유엔대표부는 4일(현지시간) 자국의 어린이 권리담당 대통령 전권대표(옴부즈맨)인 마리야 리보바-벨로바가 5일 안보리 비공식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보바-벨로바 대표가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어린이들 상황과 이들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들에 대해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보바-벨로바 대표는 지난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및 강제 이송 책임을 물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인사다.
러시아 대표부는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 대피 조치를 '납치', '강제 이주' 등으로 잘못 표현하고 있고, 러시아가 아이들의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파괴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입장은 근거가 없고 비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고아나 보살피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전장에 남겨둘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인도적"이라고 지적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5일 안보리 회의가 ICC가 지난달 17일 푸틴 대통령과 리보바-벨로바 대표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기 훨씬 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안보리 브리핑 계획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과 미국은 항의 표시로 유엔 주재 자국 대사들을 회의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안보리 회의가 유엔 웹페이지에서 방송되는 것도 차단했다.
유엔 주재 영국 대표부는 "만약 리보바-벨로바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기를 원한다면,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의 우방국인 폴란드의 크지슈토프 슈체르스키 유엔 대사도 "리보바-벨로바가 브리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아이들이 납치돼 강제로 러시아로 끌려간 만행에 대해 묘사할 사람은 분명 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침공 전쟁을 시작한 이후 1만6천 명 이상의 자국 어린이들을 납치해 러시아로 강제 이송했다고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리보바-벨로바 대표는 4일 모스크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친족과 떨어져 (러시아) 위탁 가정으로 보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아이들은 부모 또는 보호자와 함께 왔다"고 항변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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