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사 향해서도 "러와 대결 시작, 양자관계 심각하게 손상"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포함해 새로 부임한 17개국 주러시아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또다시 미국과 서방에 전가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신임 주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린 트레이시 미국 대사, 롤랑 갈하라그 유럽연합(EU) 대사, 제이콥 헤닝센 덴마크 대사, 로버트 크빌 노르웨이 대사를 비롯해 멕시코, 온두라스, 오만, 파라과이, 시리아 등에서 온 대사들도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세계 안보와 안정이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간 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2014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는 항상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반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미국과도 내정 불간섭 및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관계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정권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됐으며, 러시아를 붕괴시키려는 서방의 계획으로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자신의 기존 주장과 동일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EU 대사를 향해서도 "EU가 러시아와 지정학적 대결을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양자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관계를 훼손하는 이런 행동이 끝나길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한 보도에서 미국과 함께 발트해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노르웨이를 겨냥해서도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관계는 이제 최소한으로 축소됐다"며 "이에 따라 양국 국민의 이익을 충족시키기도 힘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 발생 해역이 있는 덴마크를 향해서는 "러시아와 덴마크는 역사적으로 가깝지만 오늘날 발트해는 불안정하다"며 해당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 요청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모든 국가와 예외 없이 건설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할 뜻이 없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편견이 있거나 적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레이시 대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한 말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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