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적·과학적으로 문제없다?

입력 2023-04-07 06:01  

[팩트체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적·과학적으로 문제없다?
구로다 산케이신문 객원논설위원 "오염수 방류, 국제사회는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방향"
해외 과학자들 "일본 측 데이터 신뢰할 수 없어…잠재적 위험 충분히 고려될 필요"
日 "IAEA를 통한 객관적 평가 예정"…전문가 "투명한 자료 공개부터 선제 되어야"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우혜림 인턴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내놓은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적·과학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라며 "요새 국제사회는 '과학적으로 볼 때 문제가 없다'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 안전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폭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되었으나 원자로 건물의 균열 틈새로 지하수와 빗물 등이 유입돼 매일 140톤 규모의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천여개의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올 상반기부터 최소 30년간 태평양에 방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3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규제 기준을 준수한 처리수 해양 방류는 국제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핵종제거설비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통해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들을 제거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국제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을까?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은 '처리수 포털사이트'를 통해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정보를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LPS는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 중 62개의 핵종을 정화할 수 있다. 현재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이미 ALPS의 처리 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반복 처리해 방사성 농도를 규제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에 따라 규정된 국내 규제 기준치를 확실하게 밑돌 때까지 정화 처리한 물이 ALPS 처리수며 이는 오염수와 다르다"라고 명시했다.
다만 ALPS가 제거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와 탄소-14는 바닷물에 희석하여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 7분의 1 정도로 농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2021년 4월 13일 각료 회의에서 공식 결정했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 계획은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국제 관행에도 부합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 국무부 또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투명한 결정"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반면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 일본과 인접한 국가들의 경우 오염수 방류 계획에 우려의 뜻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들이 나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18개 섬나라가 회원국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Pacific Islands Forum)은 일본의 발표 이후 도쿄전력에 오염수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검토하기 위한 독립된 과학자 자문단을 구성했다.
핵물리학, 해양학, 생물학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PIF 자문단은 지난 1월 한국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도쿄전력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토론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도쿄전력의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며 일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년 3개월간 원전 오염수를 분석한 자료를 제공했는데, 해당 데이터 표본에 대표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미국의 핵물리학자 페렝-달노키 베레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은 탱크 1천38개의 약 3분의 1 정도만을 측정했으며 하나의 샘플당 분석된 방사성 핵종의 개수는 9개 이상이 드물었다"라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당초 오염수 내 64개의 방사성 핵종을 측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페렝 교수는 "도쿄전력은 개별 탱크 1개가 아니라 10개의 탱크로 구성된 하나의 탱크 그룹에서 샘플을 추출했다"라며 "이는 약 1천만 리터 중에서 30리터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샘플링 과정에서 혼합(오염수의 위·아래를 섞어서 채취하는 것)에 대한 언급도 없고 슬러지(탱크 바닥에 침전된 방사성 찌꺼기) 측정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방사성 오염수는 시간이 지나면 찌꺼기가 생기는 등 시간별·층별로 측정될 수 있는 방사성 핵종과 그 농도 등이 달라지는데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로는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ALPS 기기의 신뢰성에도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가 숀 버니는 보고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2020)에서 도쿄전력이 방사성 핵종 농도를 '불검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미국 기업의 기술 대신 가격 측면에서 합리적인 ALPS 기술을 도입해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 제거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ALPS가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으나 2018년 8월 교도통신의 보도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주한일본대사관이 공개한 보고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 ALPS 처리수 현황'(2020)에 따르면 원전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의 약 70%는 해양 방류를 위한 규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페렝 교수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검토했을 때 ALPS가 영향을 미쳐선 안 되는 동일한 화학 원소(세슘-134, 세슘-137)에 설명할 수 없는 큰 변동이 존재했다"라며 "ALPS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ALPS가 처리하지 못하는 삼중수소 관련 대책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일본은 앞서 삼중수소의 농도를 낮춰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혔으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방류되는 양은 동일하기 때문에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PIF 자문단 소속 로버트 리치먼드 미국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은 "삼중수소는 유기적으로 결합할 경우 먹이그물을 통해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 조직, 기관이나 해양 바닥 퇴적물에 축적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유기 결합 삼중수소(Organically Bounded Tritium)는 세포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원전 보유 국가들도 삼중수소를 바다로 배출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수가 초래할 위험은 불확실성이 클뿐더러 삼중수소에만 논의의 초점을 맞추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숀 버니는 "후쿠시마 원전 발전소에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사고 이후 제거되지 못한 핵연료 잔해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거나 원자로 건물에 또 다른 지진 충격이 발생해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위험 등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ALPS가 제거하지 못하는 또 다른 물질인 탄소-14는 반감기(방사성물질의 독성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가 5천700년 이상"이라며 "오염수 내 다른 방사성 핵종들도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다. 방사성 물질 피폭에 안전한 임곗값이란 없다"라고 덧붙였다.
페렝 교수 또한 "세슘-137이나 스트론튬-90처럼 반감기가 30년 이상 지속되는 방사성 핵종이나 탄소-14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점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도쿄전력은 "IAEA가 국제적인 안전 기준에 입각한 객관적이고 투명성 있는 리뷰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AEA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하기 전 2020년 4월부터 "일본과 협력하여 안전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오염수 처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IAEA는 5일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감시 체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IAEA 전문가들이 일본을 방문해 현장 조사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IAEA는 일본의 모니터링 체계가 신뢰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염수가 방류되었을 때 환경에 미칠 영향을 다룬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IA)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AEA 전문가들이 지난 1월 추가로 실시한 현장 조사와 현지에서 채취한 해양수 샘플 등에 관한 내용은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IAEA는 일본이 올해 안에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기 전까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안전연구소의 한병섭 소장은 "오염수가 방류되어도 해양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일본 측이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 위험이 없다고 권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사고로 누출된 오염수에 대한 연구나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에 대한 데이터 등이 우선 제공되어야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 안전성에 대해 제대로 논의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woo102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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