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부품·기술지원 끊겨…정기점검 시기 경과 항공기 계속 증가"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러시아 민항기들이 서방의 항공 부문 제재로 유지관리·점검 부실에 따른 안전 우려를 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운항되는 민항기 696대 중 약 77%가 서방 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이들 항공기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취해진 제재로 제조사의 부품 공급이나 기술 지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끊겼다.
화물이 아닌 여객 수송만 보면 서방에서 제조된 항공기의 러시아 내 비중이 97%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특히 제재가 1년여간 이어지면서 보잉과 에어버스 지침에 의한 유지관리 정기 점검 시기가 지난 러시아 민항기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WSJ이 러시아 민항기의 공급 시점과 보잉·에어버스의 점검 일정표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이미 지난해 170대가 2년마다 권고되는 C형 정기 점검 일정이 경과했고 55대는 6∼10년마다 요구되는 D형 점검마저 지나갔다.
C형 점검은 항공기 구조 평가를 위해 3∼6주간 실시되며 D형 점검은 거의 기체를 해체하면서 부식이나 손상 등을 확인하기 때문에 수개월이 소요된다.
WSJ은 올해 C형 점검 시기를 맞는 러시아 민항기는 159대이고 D형 점검 대상은 85대로 더 늘어난다고 전했다.
러시아 민항사들은 과거엔 해외에 정기 점검을 맡겨왔지만, 서방 제재에 따라 스스로 이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조업체의 온라인 매뉴얼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접속도 끊겼고 부품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러시아 항공 부문이 중대한 안전 우려를 제기한다며 안전 평가 분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물론 러시아 민항사들은 안전 기준을 지키고 있으며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아에로플로트의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2월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2∼6개월치에 충분한 부품을 확보해놨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자국 항공기에 대해 이착륙을 여전히 허용하는 튀르키예나 이란에서 제3의 부품·서비스 공급 업자를 찾는 노력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작년 1월 미국 정부가 튀르키예를 상대로 러시아 항공기에 부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고해 이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WSJ은 최근 1년간 러시아 민항기와 관련된 결함 사고 등에 대해 러시아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은 없지만 지난해 항공 안전 통계조차 러시아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의심 섞인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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