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온 친정부 성향의 현지 군사블로거 폭사 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정부 비판론자들과 야권 인사들에 대한 강력한 탄압과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매파의 강경론이 커졌다고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매파 정치인과 논평가들은 유예되고 있는 사형제 부활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TV '로시야'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군사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다리야 트레포바와 해외에 살고 있는 그의 남편을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솔로비요프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그(트레포바의 남편)의 코를 꿰어 러시아로 끌고 와 사형대에 세워야 한다"면서 "외국에 거주하는 다른 러시아 반대자들도 자루에 처넣어 러시아로 데려온 뒤 감옥에서 썩게 하거나 총살해야 한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타타르스키는 지난 2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독자들과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던 도중 실내에 있던 강력한 위력의 폭발물이 터지면서 즉사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폭발물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고상을 타타르스키에게 선물로 전달한 26세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거주 여성 트레포바를 용의자로 체포해 테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 대테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투옥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자들과 함께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사당국은 트레포바가 나발니 지지자로 우크라이나전 반대 시위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반정부 인사들을 스탈린 정권 때처럼 강제 노동수용소에 감금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시야' 채널의 인기 시사 토크쇼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한 지역 고위 관리는 "인민의 적들이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곡괭이와 도끼를 들고 시간을 보내던 스탈린 시절이 그립다"며 이같은 주장을 폈다.
우크라이나 침공전의 선봉에 서고 있는 러시아 민간용병그룹 '와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지난 4일 폭발 사고가 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카페를 방문해 사형제 부활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같은 내부 다툼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관련하여 사형제를 부활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과격 반정부 활동가들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타타르스키 피살 사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테러가 다시 우리 거리로 돌아왔다. 이 악당들은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패배와 우리 조국의 파괴를 바랄 뿐 아니라, 이제 동포들을 처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과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미친개처럼 말살되어야 하고, 용서와 연민은 그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고 거친 말을 내뱉었다.
러시아는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형 판결이나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지난 1996년 유죄 판결을 받은 연쇄 살인범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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