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전용 소통 앱 만든 김민구 오잉미디어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친구고픔'과 '친구마렵다'라는 신조어가 요즘 10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대다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질풍노도기를 거치는 10대 청소년들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나 숏폼(짧은 영상)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럼에도 현실 속의 친구 관계는 빈약해 심리적으로 허전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0대 대다수가 겪는 이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사업하는 스타트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Z세대 틴에이저(10대) 전용 앱을 출시한 오잉미디어다.
오잉미디어를 이끄는 김민구(51) 대표는 서울고와 연세대 철학과를 나와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에서 10여년간 일한 증권맨이다.
2017년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2020년 5월 '오잉'을 출시했다.
현재 중고생을 중심으로 8만여명이 오잉 공간에서 끼리끼리 모여 공부, 진로, 친구고픔, 우정, 연애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또래 친구들과 정보와 고민을 공유하고 재미를 나눈다.
지난 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웰빙센터 내 공유오피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창업 얘기를 들어봤다.
◇ 친구고픔 겪는 10대들의 '끼리끼리' 소통 공간
김 대표 설명에 따르면 오잉은 국내 최초의 틴에이저 전용 소통 커뮤니티 앱이다.
소셜 커뮤니티 앱 중 유일하게 회원 자격을 만 10~19세의 10대로 제한한다. 다만 20세가 되면 2년의 탈퇴 유예 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21세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일부 대학생까지 회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또래 친구가 콘텐츠'라는 모토를 내세우는 오잉의 가장 큰 특징은 오로지 10대를 위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전 세대 공용 SNS 공간에서는 10대들이 불필요한 정보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또래 친구들을 쉽게 만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10대만을 위한 SNS로 오잉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일부 기능을 살펴보면 AI(인공지능)가 가입자의 나이, 성(姓), 학교, 거주지역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관심을 가질 만한 게시판이나 토론방, 채팅방으로 안내한다.
새로운 친구를 AI로 추천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김 대표는 관계 설정에 고민하는 10대들이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일종의 매칭 허브 서비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1만2천500여 곳의 초중고교별로 생성되는 오잉 내 학교게시판은 자기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명이나 익명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게시판에 오르는 글을 키워드로 모아보는 기능을 활용하면 또래 집단이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이슈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잉은 놀이터이자 배움터도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은 고민이 많은데 공감대를 만들 제대로 된 공간이 없습니다. SNS에 볼거리가 많지만 마음속의 헛헛함을 해결할 수단이 없다는 얘기죠. 아이들이 오잉 공간에서 친구들과 고민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입소문 통해 가입한 8만명대 회원
김 대표가 10여년간 이어온 증권맨 생활을 청산하고 창업에 나선 것은 사회적으로 더 큰 가치가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는 현재 고교 2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을 둔 아빠입니다. 예전부터 소년소녀가장 등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여러 문제로 고민하는 애들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2021년 기준 국내 10대 인구는 전체 인구의 9.1%인 470만9천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오잉의 현 회원(8만여명)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서비스 개시 이후로 지난 3년간 변변한 광고 한번 하지 않았다면서 입소문으로 오잉을 알게 된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알음알음으로 회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8만여명도 의미가 있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10대 전용 앱인 만큼 대화 상대 간에 지나친 성적 농담이나 괴롭힘성 언사 등으로 논란이 일어날 위험이 상존한다고 우려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문젯거리가 될 일이 없었다고 전제한 뒤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악플 등을 막기 위한 신고포상제를 마련하고, 하루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가입자에 대해서는 대화 차단이나 탈퇴 처리 등으로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10대에 초점이 맞춰진 오잉을 중장기적으론 세대별로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소통 앱으로 키워 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연내에 20~30대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인 '오잉플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발자를 중심으로 전체 팀원이 현재 9명 체제인 오잉미디어는 광고 유치와 더불어 오잉채널 구독 매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연계 사업을 주된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현 시점에서 가입 회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광고 매체로서 오잉의 장점이 있다고 자부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광고주가 원하는 대상(연령층)을 특정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광고로 얻는 매출 중 일정액을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데 쓸 계획이라고 한다.
"기업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좋은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자문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오잉 공간에서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위안을 얻는다면 한 기업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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