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논란에 차이잉원 방미 덮쳤다…가팔라지는 美中 대치전선

입력 2023-04-06 17:17   수정 2023-04-06 18:48

정찰풍선 논란에 차이잉원 방미 덮쳤다…가팔라지는 美中 대치전선
펠로시 대만방문 후 갈등 점증…풍선 돌출에 대화마저 '찬물' 전방위 충돌
미국-대만 밀착 연출에 G2 고위채널 위축 우려…"소통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세계 양강 구도를 형성한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의 대치 전선이 5일(현지시간)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를 계기로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작년 낸시 팰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해협 무력시위로 대응하며 격화한 양국의 갈등은 미 영공을 침범했다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 논란 등이 겹치며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그야말로 전방위 충돌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 총통을 만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 협력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회동은 미국 의전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자국 본토에서 대만 최고지도자와 대좌한 것이 최초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중국은 내가 어디를 갈 수 있는지, 누구와 대화할 수 있는지, 당신이 적인지 친구인지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다"며 "보복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록 "우리의 의도는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대만해협 역내 활동에서 중국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도서관에 명명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반공주의 기치를 높게 들었던 인물이라는 점을 놓고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이는 중국의 격한 반발을 불러왔고, 오랫동안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 증폭돼온 팽팽한 긴장감이 일순 극한으로 치달으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차이-매카시 회동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한다면서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중국 인민해방군은 회동 당일 오전 6시부터 이튿날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 공역·해역에 군용기와 군함을 전개, 또다시 무력시위에 나섰다.
최근의 발단은 작년 8월 낸시 팰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이었다. 그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만에 미국 최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대만을 찾아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대만 사방을 포위해 해상과 공중에서 동시다발 군사훈련에 돌입했고, 미국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필리핀해에 배치하며 대응하는 등 양국 관계가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잠시 대치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자 중국은 올 연초부터 대미 유화 기조를 보였고, 미국도 포용 분위기로 화답하는 듯했다.
작년 11월 발리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첫 대면 정상회담, 올 1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의 대면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의 화상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2월 1일 미 몬태나주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이 목격되는 돌출 변수로 인해 양국 관계는 다시 급속히 냉각됐다.
이로 인해 당초 2월 5∼6일께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이 전격 취소되자 풍선이 민간 기상관측용이라고 항변하던 중국은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아버렸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 재추진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과주석과의 전화통화 등 고위급 회담 재개에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은 접촉을 동결하며 미국을 냉대하고 있다"며 "미국을 유령 취급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이 총통의 방미 기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은 불발됐고, 매카시 의장도 애초 대만을 직접 찾겠다는 계획을 바꿔 미국 본토에서 일정을 진행하는 등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나름의 절충점을 모색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풍선 사태 당시 미국 정치권의 맹비난을 받았던 중국 당국으로서는 이번 차이 총통 회동이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시각이다.
서방의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화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연구원은 "과거에도 중국은 차이 총통이 미국을 경유해 방문할 때마다 반발했지만, 외교관계는 신속히 회복되곤 했다"며 "이번에도 '공식 방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는 것은 외교적 교류가 곧 재개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대화를 나눴다고 전하며, 현재 역대 최장기간인 3개월 이상 공석 상태인 주미 중국대사 자리가 채워지면 소통이 본 궤도에 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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