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적자 최대 4조원대 추정에 '감산' 첫 공식 인정…"의미있는 수준까지"
업황 회복에 긍정적 영향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수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처음으로 반도체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반도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고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하자 결국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한 기존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 14년 만의 반도체 적자 현실화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의 14조1천214억원보다 95.75% 급감한 6천억원에 그쳤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메모리 업황 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큰 폭의 적자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가가 제시한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 모두 적자를 내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주문량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에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방 IT 수요 침체로 고객사들이 메모리 주문을 줄이고 재고 조정에 나선 가운데 메모리 가격은 하락하고 출하량은 감소한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에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0% 급락하고, 낸드도 10∼15%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 실적을 공시하면서 설명 자료를 통해 사실상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회사 측은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메모리 시황에 전략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고 감산 배경을 설명했다.
◇ 재고 압박에 적자 '눈덩이' 우려…결국 감산 동참
지난해 메모리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라인 가동을 멈춰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쟁사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올해 하반기까지 손실을 버티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버티던 삼성전자가 결국 감산에 공식적으로 돌입한 중요한 배경으로는 재고 압박이 꼽힌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DS 부문 재고는 29조576억원으로 전년의 16조4천551억원 대비 76.6%(12조6천25억원) 급증했다.
재고가 계속 쌓이면서 메모리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이 커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영업손실도 예상보다 큰 상황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재고자산에서 작년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15조원대로 가정하면 1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2조원대 중반을 상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D램 재고는 21주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는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고 누적에 따른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게다가 올해 들어 기존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악화한 만큼 삼성전자도 감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 "수급에 긍정적 영향…메모리 재고 감소 예상"
삼성전자는 악화하는 실적에 이날 감산을 공식화하기 전에도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인 감산 가능성은 시사해왔다.
회사 측은 지난 1월 말 컨퍼런스콜에서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자연적 감산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부품 업체들의 수주 물량이 감소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미 상당 수준 자연적 감산이 이뤄졌다고 시장에서는 추정한다.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본격적으로 동참하면서 업황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산이 줄면 수급이 호전되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도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둔화에도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량이 많아 수급 불균형이 심화했다"며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작년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 조정으로 세트 재고가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하고, 메모리 재고도 2분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 소식에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33% 급등한 6만5천원에 마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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