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차 '대만포위' 훈련…군용기 71대·군함 9척 무력시위(종합4보)

입력 2023-04-08 21:43   수정 2023-04-09 11:47

中, 2차 '대만포위' 훈련…군용기 71대·군함 9척 무력시위(종합4보)
中, 차이-매카시 회동 맞서 훈련 돌입…"바다·하늘·정보 장악력 점검"
대만 국방부 "중공의 비이성적 행동에 고도의 경각심 갖고 모니터링"


(선양 베이징=연합뉴스) 박종국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응해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형태의 강도 높은 무력시위에 돌입했다.
8일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조직한다"고 발표하고 순찰 및 훈련에 돌입했다.
스이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유착·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건도서관에서 진행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직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 영토에서 처음 대면한 그 회동에 이어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미국 의원단 8명이 6일 대만을 방문한 것도 중국의 반발 강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동부전구는 이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채널을 통해 첫날 실시한 훈련 내용과 군함과 전투기 출격, 병력 출동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자막에서 동부전구는 "명령을 접한 뒤 전구 육군 장사정 로켓포, 해군 구축 호위함과 미사일 쾌속정, 공군 전투기, 폭격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로켓 부대 등이 예정된 구역으로 쾌속 집결해 작전을 전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훈련은 연합 작전 체계의 지지 하에서,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 등의 장악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며 "임무를 맡은 부대는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순찰을 동시에 조직해 대만을 전방위 포위하는 억지 태세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현지시간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J-10, J-11, J-16 등 전투기와 YU-20 공중급유기, H-6K 폭격기, KJ-500 조기 경보기 등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으며, 이 중 군용기 45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 체결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이 선 너머로 군용기와 군함을 상시로 파견해왔다.
로이터통신은 또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위치한 바시 해협 부근에서 중국이 대함 공중 공격과 전자전 시뮬레이션을 하고, 대잠 훈련도 실시했다고 대만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7일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성명을 통해 오는 10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훈련의 일환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울러 푸저우 해사국과 다롄 해사국도 서해 북부 등에서 실탄 사격 훈련이 예정돼 있다며 특정 시각, 특정 해역에 대한 선박 운항을 금지했다.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 등 5개 기관은 차이잉원-매카시 회동 직후인 지난 6일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날인 7일 1차로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활동에 관여한 레이건 재단, 허드슨연구소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어 8일부터 무력시위를 시작한 것은 5∼7일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지난달 27일부터 10여일간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 등 '외빈'들이 7일 중국을 떠난 직후를 '타이밍'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훈련 구역을 설정해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6곳의 훈련 구역 좌표와 훈련 구역이 표시된 지도까지 공개했다. 또 대만 상공을 통과한 탄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고강도 실사격 훈련을 실시해 대만해협의 긴장도를 크게 끌어 올렸다.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차이잉원-매카시 회동에 대한 중국의 초반 군사적 대응이 작년 8월 펠로시의 대만 방문 때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대만 고위 관계자를 인용, 중국군 전투기들이 이날 대만해협 중간선을 "짧은 시간" 동안 넘었다고 전했다. 또 작년 8월에 있었던 것과 같은 중국-대만 군함의 대치 상황은 첫날에는 없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국군은 항공기와 함정, 해안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해 엄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경계와 대비를 강화하고 '충돌 상황을 고조시키지 않고, 분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공의 이런 비이성적 행동은 현대의 책임 있는 국가가 응당 취할 태도가 절대 아니다"며 "국군은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엄밀히 대만 해협 주변의 군사 동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가안전을 확보할 능력과 결심,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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