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내년 총통선거 中 개입 우려 속 입국 규제 강화 가능성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대만 당국이 '중국의 홍콩'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한 홍콩 구의원 두 명의 대만 입국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범민주파로 분류됐던 홍콩 구의원 두 명이 지난 1월과 2월 신청한 입국 신청을 대만 당국이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지난 2월 대만행 항공권을 예약한 뒤 온라인으로 '임시 체류' 허가를 신청하려 했으나 불발돼 홍콩의 대만 경제문화사무처를 방문해 출입국 허가증을 신청했다"며 "신청 당시 신분 확인과 재직 증명서, 대만 방문 일정 등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신청 한 달이 넘도록 대만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식으로 거부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의원은 "지난 1월 가족과 함께 대만을 여행하기 위해 온라인 신청을 하려 했으나 신분 때문에 거절당했고, 경제문화사무처에 가서 신청했으나 아직 회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작년 11월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이 신분이나 일정 조회 없이 대만 입국이 승인된 적이 있다며 이들 두 명의 입국이 막힌 것은 구의원 신분으로, 충성 서약을 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충성 서약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등을 다짐하는 것이다.
중국은 2019년 11월 홍콩의 민주화 시위 와중에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452석 중 민주당 등 범민주파가 388석을 차지, 대승하자 이듬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며 홍콩 구의원들에게 충성 서약을 강요했다.
이에 반발한 범민주파 구의원 260여명이 자진사퇴하고, 55명은 충성 서약 심사에서 탈락해 구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현재 의원직을 유지하는 구의원들은 충성 서약을 하고 홍콩 당국의 심사도 통과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원(의회) 선거에 중국이 개입할 것을 우려하는 대만 당국이 충성 서약한 구의원들을 친중파로 전향한 것으로 간주해 입국 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립 정치대 쑤웨이예 교수는 "충성 서약이 문제가 된 것이라면 홍콩인의 입국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며 "홍콩 공무원이나 구의원 등은 일절 입국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한 이민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충성 서약을 한 구의원들이라면 대만의 국가 안보와 관련, 의구심을 살 수 있다"며 "내년 1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홍콩인의 입국 심사가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업무를 관할하는 대만 대륙위원회는 "홍콩과 건강하고 질서 있는 교류를 촉진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도 "오늘날의 홍콩 정세는 3년 전과 다르다는 것이 대만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사실이며, 사안별로 심사해 규정에 맞으면 입국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절차는 대만과 홍콩의 정상적인 왕래를 보장하고, 공공질서와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대만은 지난달 초 입적한 대만 불교계 거목인 포광산 사찰의 싱윈법사를 조문하기 위해 포광산의 초청을 받아 대만을 방문하려던 중국 방문단에 포함된 공무원이 사전 별도의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입국을 불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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