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염 치료 받고 이달초 퇴원…8천명 신도 앞 "실망·불신 없애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호흡기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프란치스코 교황(86)이 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부활절 성야 미사를 집전하며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밤 로마 콜로세움 앞 광장에서 열린 '십자가의 길' 예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교황은 이날 휠체어를 타고 작은 촛불을 든 수십명의 추기경 및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8천여 신자들이 가득 찬 대성당에 도착했다.
교황이 전날 '십자가의 길' 예식을 직접 주재하지 않는 건 2013년 즉위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추운 날씨에 따른 것이라고 바티칸은 밝혔다.
이날 부활절 성야 미사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하고 선이 악을 이길 수 있다는 기독교 믿음을 반영하듯 동굴 속처럼 어둠에 싸였던 대성당이 갑자기 빛으로 환해지면서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을 통해 신자들에게 새로워지라고 독려했다.
그는 "때때로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 그리고 영리하고 강한 자만이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차갑고 냉혹한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데 지칠 수 있고, 어떤 때는 악의 힘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낙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에 만연한 계산과 무관심의 태도, 암적인 부정부패, 불의의 확산, 냉혹한 전쟁 등도 낙담의 원인"이라면서 "하지만 부활절은 우리가 패배감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희망을 가둬놓은 무덤의 돌을 굴리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절의 힘은 실망과 불신의 모든 돌을 굴려버리라고 여러분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날 부활절 성야 미사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전통에 따라 알바니아와 미국, 나이지리아, 이탈리아, 베네수엘라에서 온 8명의 신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시간 넘게 진행된 미사 중 때때로 기침을 하기도 했으나 체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9일 낮 수만 명의 신자가 참석하는 성 베드로 광장 부활절 미사를 집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지난달 29일 호흡 곤란을 호소한 뒤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호흡기 감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수요 일반 알현까지 무사히 마쳤던 교황은 차량에 올라탈 때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황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입원 중 건강이 호전된 교황은 이달 1일 퇴원해 이튿날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를 거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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