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오펙 플러스'(OPEC+) 산유국들이 유가를 높이려고 원유 감산에 나섰지만, 예측이 어려운 복병을 만나 감산 효과가 반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10월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했지만, 그 무렵 이후 이란, 가이아나,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제3의 산유국들이 예상치 않게 생산량을 늘렸다.
실제 작년 9월 이후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0만배럴로, 종전보다 35만배럴 늘었다.
이란도 하루 20만배럴 늘어났고 카자흐스탄도 24만배럴 이상 증가했다.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 연안의 새 부유식 채굴 시설이 가동된 데 힘입어 올해 1월 역대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달 2일 사우디와 러시아 등 OPEC+ 소속 주요 산유국이 하루 116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까지 결정했지만, 국제유가의 벤치마크 중 하나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85달러로, 3월 초순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브렌트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작년 한때는 배럴당 125달러를 넘기도 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OPEC+의 작년 10월 감산 결정을 전후로 나온 글로벌 금융사의 전망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브렌트유 가격을 115달러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평균 82달러였다.
OPEC+가 기대한 감산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주요 이유에는 중소 산유국의 증산이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예컨대 사우디의 감산량인 하루 56만배럴은 나이지리아의 증산분(하루 35만배럴)으로 절반 이상이 상쇄됐다.
다만 중소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가는 투자 확대 효과라기보다는 상당 부분이 여러 불규칙한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앞으로도 돌발 변수의 영향을 받기 쉽다고 WSJ은 전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우회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절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부 원유 채굴 작업을 중단했다가 보안회사를 투입해 바지선을 통한 운송로를 확보한 데 힘입어 생산이 늘어난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흑해 해안 수출 터미널의 잠정 폐쇄로 빚어진 가동 차질에서 벗어나면서 생산이 늘어났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그룹의 원자재 담당 분석가인 조반니 스토노보는 "나이지리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추가적인 대량의 증산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최대 위험은 미국과 핵 협상 전망이 밝지 않은 이란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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