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동물원 '팡 파', 사육사 행동보고 스스로 학습…인지능력·조작기술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나나를 좋아하는 코끼리는 껍질을 까지 않고 통째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베를린 동물원의 '팡 파'(Pang Pha)라는 아시아 코끼리는 코끝으로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법을 스스로 익혀 생각보다 뛰어난 코끼리의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베를린 훔볼트대학 '번스타인 컴퓨터 신경과학 센터'의 미카엘 브레히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나나 껍질을 까먹는 암컷 코끼리 팡 파의 행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저널 발생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팡 파는 사육사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주는 것을 보고 바나나 껍질을 까먹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코끼리가 특별한 인지 능력과 조작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팡 파는 껍질이 파랗거나 노란 바나나는 다른 코끼리처럼 껍질째 먹지만,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는다.
껍질이 완전히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아예 먹지않고 거부한다.
브레히트 교수팀은 사육사로부터 팡 파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랗거나 덜 익어 파란색을 띤 바나나를 그대로 먹어 혼선을 겪다가 갈색 점이 생기기 시작한 바나나만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한다.
팡 파는 무리 내 다른 코끼리와 함께 있을 때 갈색 점이 박힌 바나나를 제공하면 먹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 껍질째 최대한 많이 먹은 뒤 마지막 남은 한 개만 껍질을 까내고 먹는 행동을 보였다.
<YNAPHOTO path='AKR20230410074700009_01_i.jpg' id='AKR20230410074700009_0301' title='코끼리 팡 파의 껍질 까먹는 행동 분석 도표 ' caption='[Current Biology/ Kaufmann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코끼리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는 것은 드문 행동으로 베를린 동물원 내에서는 팡파가 유일하다.
사육사가 팡 파에게 껍질을 까고 먹도록 일부러 교육한 적이 없는 점으로 볼 때 사육사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 학습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코끼리가 방향을 제시하는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고 인종 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보고가 있었지만, 인간을 통해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배우는 것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팡 파의 사례는 코끼리가 놀라운 인지 능력과 인상적인 조작기술을 갖고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브레히트 교수는 "단일 행동이 아니라 능숙함과 속도, 개성, 인간에게서 배운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이 어우려져 독특한 것이 됐다"면서 "코끼리는 코를 활용하는 진짜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팡 파만 유일하게 바나나의 껍질을 까는 기술을 가졌지만, 가족을 통해 다른 코끼리에게도 전수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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