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이후 IT기업서 33만명 감원됐으나 벤처투자는 감소세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미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에서 해고된 직원들이 잇따라 이른바 '리벤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고 있으나 투자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술 분야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IT(정보기술) 기업에서 감원된 인력은 33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들어서만 16만8천명이 해고됐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높은 숙련도를 가진 데다 수년간 빅테크에 근무하면서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이어서 창업에 적합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상당수가 창업에 나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일부 투자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스타트업을 '리벤지 스타트업'이라고 묘사했다.
해고에 따른 창업에 관해 연구해온 새너제이주립대 메그나 버릭 부학장은 감원이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는 경기침체기이지만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재창조 문화에 힘입어 위대한 기업들이 새로 탄생할 가능성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직원의 6%를 감원한다고 발표하자 엔젤투자가이자 스타트업 관련 유명 팟캐스트를 운영해온 제이슨 칼라캐니스는 트위터를 통해 구글 직원들에게 함께 협업해 창업에 나서라고 독려했다.
그는 "지금이 적기다. 잃을 것이 없는 데다 리벤지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는 엄청난 퇴직금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조회수가 120만회나 됐다.
하지만 최근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유입되는 자금이 몇년래 최저 수준이어서 이들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WSJ은 전했다.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인 피치북의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초기 단계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40% 줄어든 31억 달러(약 4조1천억 원), 투자 건수도 50%나 감소한 829건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투자 건수로는 2016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많은 벤처투자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투자 관련 협의를 보류하면서 올해 1분기 투자 규모와 건수가 더욱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일부 벤처캐피털은 해고 후 시간이 생기자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시험해보려는 창업가들을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심사를 더욱 신중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4억4천만 달러(약 5천800억 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초기 투자 전문 FPV 캐피털의 공동창업자 웨슬리 챈은 해고된 창업자들의 투자요청을 받고 있지만 실제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뛰어난 수익을 창출하는 스타트업은 자신의 평생을 걸고 아이디어를 고민해온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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