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로 입국, 14일 시진핑과 회담"…中 "미국 간섭 배제 좋은 기회"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한종구 특파원 = '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12일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룰라 대통령의 방중이 중국과 남미 최대 경제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그 동맹들의 간섭을 배격할 좋은 기회라고 선전한다.
◇ 250여명 대표단 끌고 상하이로 입국, 14일 시진핑과 회담 예상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룰라 대통령이 12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11일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룰라 대통령이 상하이에 도착하고 오는 1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상하이에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들를 전망이다.
애초 240명 규모 대표단과 함께 지난달 24∼25일께 중국을 찾으려 했던 룰라 대통령은 폐렴 진단을 받고 이를 연기했다.
SCMP는 최근 브라질 발표를 인용, 방중 대표단에 브라질 상원의장을 포함한 의회 의원 12명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브라질 대표단에는 농업 분야 대표 90명과 각 정부 부처 대표도 포함됐다. 이들은 건강, 농업, 교육, 금융, 산업, 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 20여건의 거래에 사인할 예정이라고 SCMP는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룰라 대통령이 병으로 중국 방문을 연기한 뒤 양측은 방문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했다"며 "룰라 대통령이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양국이 이번 방문과 양자관계 발전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각 분야 우호 협력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의 단결과 협력을 촉진하고 세계적인 도전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입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관리들은 이번 룰라 대통령 방중의 주요 목표가 대중국 교류의 다변화에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14년간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지난해 양국 간 거래는 전년 대비 8.1% 증가한 1천715억 달러(약 226조3천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에 브라질은 대두, 닭, 설탕의 최대 공급국이다. 브라질은 또한 2021년 중국의 최대(13.6%) 해외 투자국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브라질은 (폐렴에 걸렸던) 룰라 대통령의 방중 스케줄이 이렇게 빨리 다시 잡힌 것에 놀랐다"며 "이는 양국 정부 모두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촉진과 국제사회의 불확실성 고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이어 "전문가들은 룰라 대통령의 방중이 무역과 같은 전통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금융, 빈곤 퇴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BRI) 협력 같은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 우크라전 중재 논의 전망…中 "룰라 집권, 중국에 좋은 기회"
룰라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양국은 브릭스 회원국으로, 시 주석은 지난달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SCMP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지난 4일 브라질 언론에 "브라질이 전쟁 종식을 위해 특별한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룰라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왔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반대했다.
앞서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도 룰라 대통령이 중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중재자 역할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며 반중 정책을 펼쳤던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에서 좌파 룰라로 브라질 정권이 교체된 것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발간하는 '남미 연구 저널'에 최근 실린 한 글은 "중국은 룰라의 접근을 환영해야 한다"면서 "브라질이 다시 '왼쪽'으로 전환한 것은 중국·브라질 협력, 중국·남미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때에 중국이 미국의 간섭을 배제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룰라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주의와 다른 나라의 내정에 대한 간섭을 비판해왔다면서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중국에 브라질과의 경제 관계 강화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하는 것을 포함해 주요 글로벌 이슈에서 정책 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 '달러 패권' 도전…위안화-헤알화 거래 합의
중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룰라의 방중이 그에 더욱 힘을 실어줄지도 관심사다.
룰라의 방중에 앞서 브라질과 중국은 양국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 등에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쓰기로 합의했다.
브라질 수출투자진흥공사(Apex)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관련 성명에서 "양국이 헤알화와 위안화를 주고받으며 대규모 무역·금융 거래를 직접 수행할 것"이라며 "관련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브라질 업체들은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할 예정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브라질은 미국과 그 동맹에 야기하는 불확실성과 방해를 제거하고 국제 교역과 투자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썼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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