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연간 1㎝ 이상 상승…전세계 평균의 배 수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멕시코만 등 미국 남동부 일대 해안의 해수면 수위가 지난 10년간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 지역 해안가에 사는 주민들이 폭풍과 홍수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멕시코만과 미국 남동부 해안가를 따라 해수면 수위가 극적으로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 애리조나대 지구과학자 젠준 인이 지난달 학술지 '기후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지난 2010년부터 해수면 수위가 연간 1㎝ 이상 상승해 작년까지 약 5인치(12.7㎝)가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수위 상승률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볼더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위성으로 해수면을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해수면 수위 평균 상승률은 연간 4.5㎜ 정도다.
언뜻보기에는 사소한 차이처럼 보일 수 있으나 누적된 결과의 영향은 막대하다.
미국 튤레인대에서 해수면 수위 상승을 연구하는 죙케 당겐도르프 연구팀은 지난 120년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수면 수위 상승이 지난 2010년부터 남동부 해안가에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0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당겐도르프는 "최근 몇 년간 해수면 수위 상승이 너무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며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할 경우 이번 세기말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 결과와 비슷한 수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만과 남동부 해안 일대는 원래 다른 지역보다 해수면 수위가 높은 편이라는 점에 과학자들은 특히 주목했다.
이 지역의 해수면 수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올라갈 경우 해안가에 사는 주민의 터전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이 심각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2018년 남동부 6개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이클', 작년 9월 플로리다를 덮쳐 최소 1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으로 막대한 피해가 난 것에도 해수면 수위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또한 해수면 상승 여파로 남동부 해안가에 있는 수십만 가구들과 사무실들이 바닷물이 만조일 때 이르는 지점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 지역에서 해수면 수위가 왜 상승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같은 속도로 상승할 것인지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정확한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십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멕시코만과 미국 남동부 해안의 해수면 수위 상승이 이 지역의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이 지역의 해수 온도가 상승했고, 뜨거워진 해수가 팽창해 해류에 의해 동쪽 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조지아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동부 연안의 수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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