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격 노리는 우크라, 공격적 징병…병역거부자 징역형도

입력 2023-04-11 16:33  

대반격 노리는 우크라, 공격적 징병…병역거부자 징역형도
거리서도 징집 활동 가능토록 정책 변경…준비 안된 남성들 '공포'
전쟁 장기화 따른 '병역 불가피' 판단에 자원 입대하는 사람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봄철 대반격을 준비하는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많은 병력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거리 곳곳에서도 징집이 이뤄지고 있다.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나가는 남성들을 멈춰 세워 징병 안내서를 나눠준다는 것이다.
세탁기 수리공 올렉시 크루추코프(46) 씨는 거리에서 싸우다가 이를 말리는 경찰로부터 징집 상태를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WP에 밝혔다. 올렉산드르 코스축(52)은 직장 인사부를 통해 징병 통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징집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책도 바꿨다. 과거에는 징병 통지서를 집으로만 배송했기 때문에 등록된 주소지가 아닌 곳에 머무는 사람은 징집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서든 남성을 멈춰 세워 징집 상태를 질문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군 당국의 공격적인 징병 활동에 아직 전쟁터에 갈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가고 싶지 않은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24일 이후 계엄령을 선포해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다. 학생, 18세 이하 자녀가 3명 이상인 사람, 장애인 보호자 등을 뺀 모든 남성이 예외 없이 징집 대상이 된다.
우크라이나 군은 그동안 자원병에 의존해왔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군인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사상자 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독일은 지난 2월 이번 전쟁으로 최소 12만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올봄 러시아에 대대적인 반격도 준비하고 있다. 반격을 위해서는 훈련된 기존 군인뿐 아니라 새로운 군인도 대거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징집을 피해 자발적으로 입대하는 남성들도 많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대하면 징집돼 끌려오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우익 의용대 '아조우(아조프) 대대'에서 출발해 지금은 우크라이나 국무부 산하 국가경비대로 편입된 '아조우 연대'에도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WP는 지난 2월 초부터 5천명 이상의 남성이 아조프 연대 입대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언젠가는 전장에 배치될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민간 훈련소를 찾아 입대를 준비하는 우크라이나 남성들도 늘고 있다.
사샤(35)라는 남성은 "전쟁이 1년 더 간다면 모두가 군대에 가야 할 것"이라며 징집에 대비해 키이우에서 사설 군 훈련소를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샤는 훈련소를 다녀도 "아직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훈련 부족에 대한 우려는 전쟁 현장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리만 외곽의 한 지휘관은 신병들의 초기 훈련 질이 좋지 않다며 "그들은 기초 훈련에서 노래하며 행진하는 것을 배웠을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전장에 배치되려면 가장 기본인 땅 파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데, 신병들은 삽을 어떻게 잡는지, 참호를 어떻게 구축하는지도 모른다고 이 지휘관은 토로했다.
아예 징집을 회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40세 남성은 징병 통지서 여러 차례 받고도 징집을 거부해 10일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다루고 싶지 않다며 징집을 거부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종교적 이유로 인한 징집 거부만 인정한다. 그러나 이 남성은 어느 종교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dpa 통신은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징집을 피해 돈을 주고 군 면제를 받거나, 문서를 위조해 해외로 도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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