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속에 무장 괴한의 총격으로 두 딸을 잃은 40대 유대인 여성이 사흘 만에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루살렘 소재 하데사 데인 케렘 메디컬 센터는 전날 총상 치료를 받아온 이스라엘 및 영국 이중국적의 유대인 루시앤 디(48)씨가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의료진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상처가 깊었다"며 "유족들은 그녀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디 씨는 지난 7일 두 딸 리나(16세), 마이아(20)와 함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요르단 밸리의 도로를 지나다가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
두 딸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중상을 입은 디 씨는 예루살렘 병원을 후송돼 치료받아왔다.
이들 가족은 8년 전 영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했으며, 예루살렘 남부의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에프랏 정착촌에 거주해왔다.
디 씨는 정통파 유대교도 학교인 예시바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해왔다.
세 모녀의 사망 소식에, 각계에서는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인의 이름으로 디씨 가족에게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도 "이스라엘 국민 전체를 대신해 디씨 가족에게 가장 따뜻한 조의를 전하며, 가족들이 더는 슬퍼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루시앤의 죽음에 마음이 아프다. 모든 이스라엘 국민이 디씨 가족에게 힘을 주고 껴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현장 조사를 통해 디 씨 가족을 살해한 용의자가 팔레스타인 주민일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초동 조사 결과 용의자는 디 씨 가족이 탄 차량에 총격을 가해 가드레일에 충돌하게 한 뒤 다시 총을 쐈다.
디 씨 가족을 겨냥한 총격 사건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과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 유월절이 겹치면서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발생했다.
당시 성지 갈등은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무력 충돌로 이어졌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디 씨 가족이 화를 당했던 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에 의한 차량 돌진 및 총격 테러로 이탈리아인 관광객 1명이 죽고 7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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