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스마트기술 시연…하중·풍속·작업반경 한눈에
원희룡 "운행기록장치 필요…안전·데이터 근거한 보상 목적"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양중 능력 27.9%'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운전석에 앉아 기계를 조작하자 모니터에는 들어 올린 자재의 현재 하중과 제한 하중, 작업 반경, 풍속 정보가 떴다.
타워크레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27.9%까지 들어 올렸다는 뜻이다.
무게를 높였더니 바로 과부하가 걸렸다는 음성 경고가 울렸다.
14m/s 이상의 바람이 불자 역시 경고음이 울리면서 화면에 붉은 글씨로 경고문이 떴다. 이렇게 되면 조종사는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조종사는 두 손으로 조이스틱을 잡고 발로 '풋스위치'를 조작하면서 하방 카메라를 줌인·줌아웃해가며 들어 올린 건설자재의 상태를 확인했다.
삼성물산[028260]이 건설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스마트 기술의 모습이다.
1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충돌위험 관리 장치, 풍속 감지 장치, 하방 카메라 등 타워크레인 스마트 기술 시연이 있었다.
정부는 어린이 통학 차량과 시내버스, 화물차에 부착하는 운행기록장치를 타워크레인에도 의무적으로 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행기록 장치를 달면 운행 시작부터 스위치를 끄는 시간까지 세세한 기록을 제출받을 수 있고, 조종사가 태업했다고 판단된다면 기록을 근거로 면허정지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운행기록장치와 스마트 기술 도입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18개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132대를 운영 중인 삼성물산은 2017년부터 타워크레인에 스마트 기술을 도입했다.
타워크레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인양 중량, 풍속 등이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된다. 관리자는 이를 원격으로 확인하고, 작업 중단 여부를 판단한다. 일별·월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작업 계획을 세우는 데도 활용한다. 운행기록장치와 스마트 기술은 한몸처럼 움직인다.
원 장관은 "운행기록장치의 필요성을 아주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안전을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게 가장 위험할 수 있으니 기계화, 시스템화를 통해 교차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을 비롯한 건설기계에는 운행기록장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보니 사고가 났을 때 객관적 데이터가 없어 원인 파악이 어렵고,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태업 조종사를) 처벌하려는 게 아니라 현장이 안전하게 작동되도록 하는 게 운행기록장치 부착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현장 생산성과 보상체계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종사가 생산성을 올리고 작업을 더 열심히 하면 (급여로) 2배, 3배를 더 가져가면 된다"면서 "땀 흘린 노력의 대가를 많이 가져가려면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운행기록장치 의무 도입까지는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현재 국내에서 제작하는 타워크레인은 전체의 37% 수준이다. 나머지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수입한다. 수입 장치에 운행기록장치를 부착하면 호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제조사에서 기계를 개선하더라도 관리는 임대사가 하기 때문에 임대사의 협조와 지원도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이 만든 운행기록장치를 타워크레인에 부착할 경우 대당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어떤 데이터를 저장할지 기준도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기록장치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안병철 삼성물산 부사장은 "(타워크레인 운행기록장치와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기까지) 기술적 문제보다는 이해관계자 설득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앞으로 건설업에서 장비의 비중은 점차 높아질 것이기에 생산성과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회사가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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