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만성 골수 백혈병 앓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이탈리아 총리가 밤사이 특별한 일 없이 평온한 밤을 보냈다고 안사(ANSA)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5일 호흡 곤란으로 이탈리아 북부 도시 밀라노에 있는 산 라파엘레 병원에 긴급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여섯 번째 밤을 보냈다.
그는 최근 2년간 만성 골수 백혈병(CML)을 앓고 있었음에도 이를 비밀에 부쳐온 것으로 전해졌다. 백혈병이 갑작스럽게 악화하고, 폐 감염까지 발생하면서 이곳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그의 가족과 측근들이 한달음에 병원을 찾으면서 임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다행히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에서 하원 원내총무를 맡은 파올로 바렐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치료에 잘 반응하고 있어 의료진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건강 회복을) 낙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도 전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태가 "점진적이고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항균 및 항염증 치료가 기대했던 결과를 낳고 있어,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다만 병원 측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여전히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아직은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6년 심장 질환에 따른 심장 판막 교체 수술을 받았고,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해 여러 차례 입원했다.
이탈리아 최고의 갑부이자 미디어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총선에서 처음 집권에 성공해 7개월 동안 총리를 지낸 뒤 2001∼2006년, 2008∼2011년 다시 총리직을 맡았다.
3차례(2005년 이뤄진 개각을 포함하면 4차례)에 걸쳐 9년간 총리를 지내며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수립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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