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추종자 안돼" 논란…'외교참사·EU 불협화음 노출' 비판 이어져
EU 집행위원장 '푸대접'도 도마 위에…EU "中과 고위급 대화 지속"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 중국 어느 쪽의 편도 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유럽연합(EU)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대(對)중국 관계 재정립을 경고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동행한 방중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완전히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EU의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관련 인터뷰에 대한 질의에 "개별국 정상 발언에 대한 별도 논평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전제한 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EU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잘 확립된 정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며, 특히 무력 사용을 통한 것을 비롯해 (대만의) 어떠한 현상을 깨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마메르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에서도 불만이 나온다는 지적에는 "EU와 미국 간 매우 긴밀한 관계가 구축돼 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맥락에서도 미-EU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인권침해 및 공세적인 대외정책'에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방중 직전 연설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곧 EU 집행위의 정책 입장"이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개별 국가 정상의 발언으로, EU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셈이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5∼7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정치매체 폴리티코, 경제매체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유럽이 직면한 '최대 위험'이 "우리의 일이 아닌 위기에 휘말리는 것"이라면서 "이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설적인 상황은 우리가 그저 미국의 추종자라고 믿는 것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이 답해야 할 질문은, 대만 (위기) 문제를 가속하는 것이 우리 이익에 부합하느냐다. (답은) 아니다"라면서 "최악은 유럽이 이 사안에 있어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 대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부터 주장한 미·중 갈등 사이에서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안보 정세가 격변한 상황에서 시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 '유럽의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거리를 둔 건 서방의 양안관계 언급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보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보여주듯 1시간가량 진행된 EU 집행위의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초반 40분 넘게 중국과 관련한 질문이 집중됐다.
현장에서 일부 취재진은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엇박자 행보로 인해 '실패한 방중'이라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연달아 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메르 대변인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방중 직전 연설은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EU 각국 정상들과 '사전 조율'을 거쳐 발표됐다고 밝혔다.
그는 "집행위가 할 일은 중국에 가는 정상들의 개별 발언에 일일이 논평하는 것이 아닌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동행 방중에서 중국 측이 제공한 '극과 극 의전'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국빈만찬과 군사행진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런 행사에서 배제된 채 푸대접을 받아 중국의 '의도적인 갈라치기'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마크롱 대통령은 국빈 방문인 데 비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방중은 '고위급 실무 방문'에 해당해 각각 그에 걸맞게 의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EU-중국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EU와 중국 간 경제, 기후, 환경, 디지털 등과 관련한 고위급 대화가 지속될 예정"이라며 "확정된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