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추종 안돼' 마크롱 "우리 파트너·운명 직접 결정해야"

입력 2023-04-12 02:19   수정 2023-04-12 07:14

'미중 추종 안돼' 마크롱 "우리 파트너·운명 직접 결정해야"
네덜란드 방문 연설서 'EU 경제안보 독트린' 제시…'전략적 자율성' 연장선
논란 촉발 대만 직접 언급은 안해…'연금개혁 항의' 소동에 연설 지연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중국과 경쟁을 언급하며 "우리는 우리의 파트너를 결정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직접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빈방문차 네덜란드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헤이그에 있는 싱크탱크인 '넥서스 인스티튜트'에서 '유럽의 미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팬데믹과 전쟁은 우리가 유럽의 정체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어로 연설한 그는 "(유럽이) 스스로 주권을 잃는 것을 용납한다면 이는 '다른 파워'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럽의 주권'을 구축하기 위한 대안으로 ▲ 경쟁력 및 EU 시장 통합 강화 ▲ 산업육성 정책 도입 ▲ EU 이익 보호 ▲ 호혜적 무역협정 추구 ▲ 협력 강화 등을 5가지 핵심 축으로 하는 이른바 'EU 경제 안보 독트린'도 제시했다.
특히 산업육성 정책과 관련해 "과거엔 EU에서는 시장개입으로 비치는 산업정책은 금기시돼왔다"면서도 에너지 자율성, 탄소중립 산업법, 유럽반도체법 등을 거론하며 적극적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산업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산업정책이 있다. 유럽도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EU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을 더 투입하고 행정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EU가 아닌 역외 민간 분야나 정부의 이익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EU의 '전략적 자율성' 구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온 것의 연장선이다.
이날 연설은 마크롱 대통령의 지난주 방중 과정에서 '미국, 중국 어느 쪽의 추종자도 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공개된 이후 그의 첫 공개석상 자리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렸다.
당시 그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거리를 두며 "최악은 유럽이 이 사안에 있어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 대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 미국은 물론 EU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비판에도 '전략적 자율성' 추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이날 연설의 경우 경제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마크롱 대통령도 대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연설 시작에 앞서 장내에서는 미리 입장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위자들이 객석에서 연단에 오른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면서 연설이 다소 지연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은 프랑스의 연금 개혁 반대 시위와 기후 정책 등을 언급하며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실종됐다"고 외쳤다. '폭력과 위선의 대통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장내에 내건 사진도 AP 통신 등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법에 동의하지 않거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과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의 타당성을 결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우회 비판했다.
그는 연설 중에는 유럽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여러분이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라고 농담을 던져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편,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초청으로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돌입한 마크롱 대통령은 12일에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보트 선상 회동'을 한다.
아울러 현지 반도체 및 양자기술 업계와의 논의 및 관련 시설 방문도 예정돼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23년 만이라고 네덜란드 왕실은 전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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