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밀유출 봇물 터지듯…각국 경악·부인·대책마련 분주

입력 2023-04-12 11:01   수정 2023-04-12 16:47

미 기밀유출 봇물 터지듯…각국 경악·부인·대책마련 분주
대체로 우크라 관련 내용…진위조사 수개월 걸릴 듯
우크라 내 서방 특수부대 등 국제정세 흔들 사안도
안믿기는 설·설·설…일부국 화들짝 놀라 전면 부정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온라인에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연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첩보활동과 정보 평가 등을 보여주는 새로운 '일급기밀'이 줄줄이 공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이 적대시하거나 경쟁하는 주요국뿐 아니라 한국 같은 동맹까지 포함됐으며 도·감청을 이용한 정보수집 의혹도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정보를 생산한 미국과 유출된 기밀문건에 연루된 국가들은 사태의 파장을 우려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 대체로 우크라전 관련 내용…진위 조사에 수개월 걸릴듯
11일(현지시간) AP·AFP 통신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 영국 BBC 방송 등을 종합하면 유출된 문건과 연관된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부터 이란, 이집트, 이스라엘, 캐나다, 헝가리, 아이티까지 다양하다.
이들 문건의 진위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법무부와 국방부 주도로 본격 조사에 착수했으나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언론이 살펴본 유출 문건 중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상세히 적힌 문건이 많다.
미국이 동맹·우방국들이 러시아나 중국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건도 상당수다.
보도 이후 여러 국가에서는 제기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거나 우방간 불협화음을 차단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 갖은 설 난무…"우크라내 서방 특수부대, 이집트 러 군사지원"
2∼3월에 작성됐다고 표시된 유출 문건들을 보면 미국이 봄철 대반격을 준비 중인 우크라이나의 무기나 방공망 등 전쟁 수행 역량이 취약하다고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늘 통화에서 미국의 철통같은 지지를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의 승전 역량에 의심을 제기하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라트비아의 특수작전 요원들로 구성된 소규모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유출됐다.
프랑스 국방부는 대변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영국 국방부도 이런 문제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라 아무 논평도 하지 않고 있으나 이날 트위터에서 "널리 보도된 유출 의혹 기밀 문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문서에는 러시아가 미군 주둔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러시아 정보요원들의 평가를 미 정보기관이 수집한 내용이 담겨 있다. UAE는 "완전한 날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17일자 문서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 운송할 로켓을 최대 4만개 생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해 이집트 외무부는 "이집트는 이 위기(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양측 모두와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바로 부인했다.
다른 문건에는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2월 22일 여당 정치전략 회의에서 당에 대한 '적국 톱3' 중 하나로 미국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헝가리는 나토의 동맹국이자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미국의 안보동맹국이다.
◇ 미 안보동맹국 한국에도 미 기밀유출 파문 지속
한국의 외교·안보 콘트롤타워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는 문제를 두고 이런저런 논의를 한 내용을 미국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건은 영미권 유력 매체들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제히 주요 사례로 꼽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11일 오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통화를 요청해 상황을 설명하고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언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미국 방문길에 이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한미 간 평가가 일치한다면서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했고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문건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중국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제시한다.
이 문건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중대한 전략적 표적이나 고위 지도자급 인사를 타격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보낼 정당성을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한편에는 북한이 지난 2월 8일 열병식에서 선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과대 포장했을 것"이라는 미국 정보 당국의 평가가 담긴 문건도 있었다.

◇ 안믿기는 설도 다수…미국 턱밑 러 용병단·괴력의 중국 미사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용병그룹 와그너가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로 '진출'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도 유출됐다.
2월 말 와그너 그룹 관계자들이 갱단과 전쟁 중인 아이티 정부와 용병 계약을 맺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아이티로 향할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아이티 정부는 와그너 그룹이나 그 관련자들과 접촉한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출된 문건들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꽤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없으나 각국의 민감한 정보나 의혹이 담긴 문서들도 유출됐다.
중국이 2월 25일 둥펑(DF)-27 초음속비행체 발사 시험을 했다는 문건도 있다. 12분간 2천100㎞를 날았고 미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담겼다.
지난 2월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문서도 유출됐는데, 이스라엘 총리실도 즉각 성명을 내어 "모사드와 그 고위 인사들은 시위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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