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등 민간인 다수 희생…저항세력·국제사회 강력 규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군이 반군부 진영 임시정부의 행사장을 공습,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지에서는 희생자가 최대 1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미얀마 북부 사가잉 지역의 깐발루 타운십(구)에서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최소 53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두와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망자 53명, 부상자 20명이 확인됐다"며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현지 매체들은 사망자가 최대 1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군은 오전 8시께 NUG의 빠지지 마을 사무실 개소식장을 겨냥해 공습을 시작했다. 현장에는 민간인을 포함해 약 150명이 모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NUG 산하 시민저항군(PDF) 소속 장교는 "먼저 전투기가 군중을 향해 폭탄을 투하했다"며 "이어 헬리콥터가 사격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상자 중에는 여성, 어린이, 노인 등이 다수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개소식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받기 위해 행사장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조사한 다른 PDF 관계자는 공습으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정확한 희생자 수를 집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해왔다.
반군부 진영의 저항으로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 미얀마군이 전투기 등을 이용해 무차별 공습을 가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늘고 있다.
사가잉 지역은 PDF의 저항이 거센 반군부 진영 주요 거점 중 하나로,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11명이 숨지기도 했다.
NUG는 성명을 통해 "어린이와 임신부를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며 "민간인에 대한 군부의 무차별 공격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미얀마군의 공습을 강력히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군부는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군이 민간인 보호와 관련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군정의 인명 경시와 쿠데타 이후 버마(미얀마)의 정치적, 인도주의적 위기의 책임이 군정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군정은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저항군 탓으로 돌렸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공습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저항군의 무기고를 공격했고, 그 폭발로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민간인 희생에 대해서는 "저항군 지원을 강요받은 일부 사람들도 죽었을 것"이라며 "저항군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주민들을 죽이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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