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보도…"방공망·레이더 부품, 탄약 수송한듯"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이 시리아행 지진 구호 항공기로 무기와 군사 장비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서방·이스라엘·시리아·이란 관리와 소식통 9명을 인용해 이란이 강진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산 무기와 탄약이 시리아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육로를 통해 이라크에서 시리아 쪽으로 국경을 넘는 차량 행렬을 여러 차례 폭격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 육로를 거쳐 알아사드 정권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무기와 연료를 공급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터키) 강진 발생 후 제일 먼저 시리아에 구호 물품을 보낸 나라는 이란과 러시아였다.
각국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는 알아사드 정권 아래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초기 구호 물품 수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다마스쿠스·알레포·라타키아 공항에 이란에서 뜬 항공기 수백대가 착륙했다. 이란은 이들 비행기에 구호 물품을 실었다고 홍보했다.
복수의 서방 정보 관리와 시리아 내부 소식통은 이란에서 온 항공기 안에 방공망 부품, 첨단 통신 장비, 레이더 배터리, 탄약 등이 실려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국방부 관리는 "지진 관련 지원 물자를 수송하는 것으로 가장해 상당한 양의 이란산 군사 장비가 시리아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는 주로 조립되지 않은 부품 형태로 수송됐다"고 밝혔다.
이란의 군사 장비 수송은 주로 중북부 알레포 공항을 통해 이뤄졌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이 수송을 총괄했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이란 지도층과 가까운 소식통은 "지진은 슬픈 재앙이었지만, 동시에 시리아에서 적들과 싸우는 우리 형제들에게 도움을 줄 기회였다"며 "(지진 직후) 많은 무기가 곧바로 시리아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 간부 출신인 압둘자바르 아카이디는 "알레포 공항을 통해 무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자 부품 등이 들어왔으며, 이스라엘군은 이를 파괴하기 위한 공습을 시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군은 알레포 국제공항을 폭격한 바 있다.
서방 정보 관리들은 이란의 화물기 2대가 착륙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공습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최근 이스라엘의 시리아에 대한 공습 강화는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늦추고 이미 수송된 물자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현지 정보 관계자들의 평가다.
익명의 시리아 정부군 장교는 "지진으로 인한 혼란은 이란의 항공기들이 시리아에 쉽게 착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며 "많은 정보를 보유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최근 강화된 것은 이런 움직임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다마스쿠스 인근 친이란 민병대 진지를 여러 차례 폭격했다. 이란은 잇따른 공습으로 혁명수비대원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심각한 내전을 겪어 왔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는 이란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지진 이후 시리아로 군사 장비를 옮기기 위해 인도주의 항공편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시리아 정부는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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