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통해 디샌티스 접촉…트럼프 사법리스크 대비 차원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 꼽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위험 분산'을 위해 미국 공화당의 또 다른 대권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2010년부터 4연임하며 장기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는 극우 성향의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로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린다.
강력한 반(反) 이민 정책을 펼치고 언론·사법부에 대한 정부 통치를 강화해 비판받아온 그는 비슷한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되면서 공화당 경선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그에게 모든 카드를 걸기보다는 '보험' 차원에서 경쟁자인 디샌티스와도 유대관계를 쌓으려 한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오르반 총리가 최근 측근인 노바크 커털린 대통령을 통해 디샌티스와 주변 인물들과 접촉한 것이 이러한 움직임을 시사하는 예라고 전했다.
노바크 대통령은 지난달 방미 때 디샌티스 주지사 부부를 비롯해 디샌티스 지지자이자 공화당의 거물 후원자인 헝가리 태생 억만장자 투자자 토머스 페터피 등을 만났다.
헝가리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고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노바크 대통령은 취임 전 가족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가족정책과 성소수자 권리, 낙태 등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인 오르반 총리의 정책을 지지해왔다.
디샌티스 주지사도 지난해 초등학생들에게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이른바 '게이라고 하지 말라(Don't Say Gay)'법을 발효시키는 등 강한 보수성향이다.
헝가리 친정부 언론들은 이러한 유사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플로리다 주지사가 오르반의 발자취를 따르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가디언은 오르반 총리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오르반 총리는 누가 후보가 되든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와는 출범 때부터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헝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행사인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도 유럽연합(EU) 국가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점은 공화당과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EU가 제재를 부과할 때마다 제동을 거는 등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공화당을 향한 헝가리의 '매력 공세'에 대해 "우크라이나-러시아 관계와 관련해 (헝가리에) 동의하는 공화당원이 거의 없어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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