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학자들 "정치 공세…대만산 관세 인상·수입 규제 가능성"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무역 장벽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기로 하자 선거 개입 의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13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대만 상대로 무역 장벽 조사에 나선 시기에 주목했다.
중국 상무부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때는 대만의 차기 총통 선거운동이 한창인 시기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조사를 내년 1월 12일까지 3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총통 선거 하루 전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만경제원 추다성 연구원은 중앙통신에 "중국의 조사 기한이 대만 총통 선거 운동이 한창인 시기이고, 연장하면 총통 선거일 직전"이라며 "정치적 고려를 바탕에 둔 것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분석했다.
대만의 중화경제연구원 세계무역기구(WTO) 센터 옌후이신 부집행장도 중국이 "20년 이상 유지해온 대만의 조처에 대해 돌연 조사하겠다고 나섰다"며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이번 조사가 단순히 중국의 산업 피해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이번 조사에 나서면서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중국이 그간 활용해온 대만 경제 압박 방식과 유사하다"며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정치적 공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의 전개와 관련,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우선 중국이 대만의 대중국 무역 제한이 무역 장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대만과 양자 간 협의나 다자간 분쟁 해결 시스템을 통해 시정하려 하겠지만, 현재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나 양안을 둘러싼 국제 정세상 이런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중국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봤다.
두 번째로 중국이 WTO에 제소할 수 있지만, 중국은 양안 문제가 국제적 논란이 되는 것을 꺼려왔기 때문에 이 역시 가능한 옵션이 아닐 것으로 관측했다.
가장 유력한 카드는 대만의 무역 규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며 대만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 인상이나 수입 제한 조처일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이런 경제적인 압력을 통해 집권 민진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꾀함으로써 대만 총통 선거를 중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대만 국가안전국의 차이밍옌 국장은 지난달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중국이 무력이나 경제적 위협, 대만 내 친중 세력을 통한 가짜 뉴스 전파 등을 통해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대만이 농산물과 5대 광산·화공 제품(석유·금속광물·폐기물 연료·코크스·연탄), 방직품 등 자국산 2천455개 품목에 대해 수입 금지하는 무역 제한 조치가 무역 장벽인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기한은 오는 10월 12일까지로 하되 필요하면 내년 1월 12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최근 차이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반발해 중국군이 사흘간 벌인 대만 포위 훈련에 이은 또 하나의 보복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은 2005년 3월 대외 무역장벽 조사 규칙을 시행했으며, 2011년 11월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전지에 대한 덤핑 및 보조금 조사에 대응해 미국의 재생에너지 지원·보조금 정책에 대해 무역장벽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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