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PF리스크, 업계 감당 가능…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돼야"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현만 미래에셋증권[006800] 회장은 13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자금경색을 겪은 증권업계가 종합자산관리 및 운용능력을 갖춘 증권사들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증권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최근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든 일부 증권사들에 대해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동산 PF 시장 경색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근본 원인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하는 구조에서 왔다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유동성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 증권사들이 안타까운 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시장이 안 좋으니 부동산 PF로 눈을 돌려 PF를 안 하던 중소형사도 뛰어들었다가 물려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대형사들이 각출한 자금으로 조성된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출범 과정을 들려주며 "PF 리스크는 우리(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고도 강조했다.
제2의 채안펀드는 9개 대형 증권사가 각각 500억원씩 총 4천500억원을 각출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중소형사들의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펀드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그는 지난해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조달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으나 금융당국의 결단 덕분에 시스템적 위기로 번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중소형사 지원을 위해)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당국에서 증권사들이 뭔가 시늉이라도 해야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해서 10대 대형사 중 일부 CEO들에게 하자고, 나는 1천억원까지 내겠다고 했다"며 "우리 시장이 망가지면 큰 회사도 작은 회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가 소위 단순 중개에 머무르지 않는 종합자산관리·운용능력을 가진 증권사여야 한다고 또 한 번 배웠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SVB도 IB(투자은행)를 알았다면 그렇게 경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동산 PF 사업에서 오는) 이 돈을 안 먹어도 해외에서 벌어오겠다'고 생각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부동산 PF만 바라보는 CEO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규제 당국에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결제 서비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10여년 전 시작된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는 자신이 금융투자협회 이사로 재직할 때 국회와 금융당국을 설득해 허가를 받아냈다며 "이후로 은행권이 우려했던 결제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 지급 결제가 가능해지면 컨설팅과 기업공개(IPO), 모험자본 등 증권사가 해줄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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