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 vs "쌀값 지지" 이견 여전
농민단체 "타작물 지원축소", "전면 개정" 제각각…정쟁 변질 우려도
정부 '쌀 한가마 20만원 관리' 등 후속대책 이행 주목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강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 결과 부결되면서 폐기됐지만, '쌀값 안정화' 관련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산지 쌀값은 풍작으로 인해 2021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9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이에 농업 현장에선 쌀값을 지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지 쌀값을 유지하기 위해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5∼8%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해 쌀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애초 의무 수매 기준을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질 때'로 정할 예정이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에 따라 수정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더라도 막대한 재정만 투입될 뿐 쌀값을 지지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 과잉 생산을 유도해 쌀값 하락과 농가 소득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 수매할 경우 수매 비용은 매년 증가해 2030년 1조4천659억원으로 늘지만, 산지 쌀값은 2030년 80㎏에 17만2천709원으로 지금의 18만7천만원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연구원이 쌀 생산량을 과도하게 추산했다며, 이 연구 결과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쌀을 사들여 시장에서 빼는 것을 뜻하는 '시장 격리'에 598억∼4천448억원이 든다는 예측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경실련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인한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분석했다고 재반박했다.
연구원은 입장문을 통해 "의무 매입으로 쌀농사의 판매와 소득이 명확한 상황에서 다른 작물로 전환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고, 쌀 공급 과잉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개정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해왔다. 쌀에 예산이 편중돼 다른 품목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앞서 성명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축산 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고,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밀, 콩 등의 자급률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식량안보 강화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국회 본회의에 오른 양곡관리법 개정안 자체가 농민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 최저가격제'를 포함한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는 농업 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았다며 정치권을 성토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치권의 찬반 논쟁은 시급한 농업 현안을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고 비판했고,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농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사안만을 두고 정치적 입장차만 보이는 정치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쌀 수매를 둘러싼 갈등만 확산한 모양새로, 결국 정부가 쌀값 안정화를 위해 제시한 후속 대책 이행 및 추가 조치 등에 관심이 쏠린다.
농식품부는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부결된 이후 입장문을 내고 후 "지난 6일 민·당·정 간담회를 거쳐 발표한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는 쌀 수급 균형을 유도해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을 한 가마(80㎏)에 20만원 수준이 되도록 관리하고, 농가에 직접 지원금을 주는 '농업직불제'를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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