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싸고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권과 충돌했던 이스라엘 경찰이 이번에는 부활절 핵심 행사 참석 인원을 둘러싸고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예루살렘의 그리스 정교회 지도자들은 전날 이스라엘 경찰이 가장 중요한 부활절 행사인 '성령의 불'(Holy fire) 참석 인원을 불필요하게 제한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은 오는 15일 자정 예루살렘의 성묘 교회에서 열리는 이 행사의 최대 참석 인원을 1천800명으로 제한했다. 이는 지난해 참석 인원(1만명)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또 경찰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묘교회 내부와 예루살렘 구시가지 검문소에 200명의 경찰관을 배치할 예정이다.
정교회 측은 "성토요일(Holy Saturday)에 열리는 '성령의 불'은 정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라며 "이스라엘 경찰은 이 행사 참석 인원을 냉정하게 제한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교회 신자들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땅에 묻혔다가 부활한 것으로 여겨지는 동예루살렘에 교회(성묘교회)를 세우고, 부활절에 이 교회에서 인위적인 점화 장치 없이 불이 붙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이스라엘 경찰은 "성령의 불 참석 인원 제한은 경찰의 자체적인 진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의 분석에 기반한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경찰의 인원 제한 조치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루살렘 그리스정교회의 마테오스 시오프시스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행사를 강행할 것이며 원하는 신도들을 모두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과 유대교 명절이 겹치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 문을 걸어 잠근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경 진압했다.
성지 충돌은 무력 분쟁으로 이어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레바논은 물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이 발사됐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보복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8일부터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자제했고, 라마단이 끝나는 21일까지 유대인의 성지 방문도 금지했다.
이 조치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권과의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추후 유대인과 아랍계가 섞여 사는 도시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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