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등 곳곳에서 제12차 반대시위…LVMH 본사 진입하기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헌법 특별 조항을 사용해 하원 표결을 건너뛴 채 통과시킨 연금개혁법안의 위헌 여부 심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프랑스 곳곳에서는 시위가 잇따랐다.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힌 노동총동맹(CGT) 등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13일(현지시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제12차 시위를 벌였다.
수도 파리는 가장 많은 인파가 거리로 나왔다. 정년 연장 방침에 대한 반발 의사를 드러내기 위해 헌법위원회 인근에 쓰레기통을 쌓아두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헌법위원회는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위헌 심판 기구다.
프랑스 텔레비지옹 등 현지 방송은 이 쓰레기통 무더기가 이날 오후 행진을 앞둔 시위대가 쌓아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헌법위원회 입구를 가로막았던 쓰레기통들은 잠시 후 치워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헌법위원회 인근에서 시위를 금지하고 14일은 물론 15일 오전까지 주변을 통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위대 일부는 명품 상점이 즐비한 파리 몽테뉴 거리를 찾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본사 앞에서 시위하다가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고 BFM 방송이 전했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연금 제도를 흑자로 운영하기 위해 노동자의 은퇴 시점을 늦출 게 아니라, 돈을 아주 많이 버는 부자들에게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보고서에는 프랑스인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로레알 창업자의 손녀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녀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제12차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맞춰 파리 쓰레기 수거업체 노조는 이달 초 중단했던 파업을 이날부터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리가 다시 한번 쓰레기로 뒤덮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소피 비네 CGT 사무총장은 파리 남부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연금 개혁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의 시위 동원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그간 연금 개혁 반대 시위와 파업을 병행했지만 이날 파리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보르도, 낭트, 툴루즈 등 일부 지방 공항에서는 항공편이 20%가량 취소됐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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