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총선 앞두고 빌트 편집장에 "자민당 위해 더 해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독일 대중지 빌트를 보유한 유럽 최대 규모 출판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의 마티아스 되프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1년 독일 연방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를 인용해 되프너 CEO가 빌트를 이용해 지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정황 등이 담긴 내부 대화와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되프너 CEO는 2021년 9월 독일 연방의원 총선을 앞두고 자유민주당(FDP) 당수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현 재무부 장관과의 저녁 자리를 언급하면서 당시 빌트 편집장이던 율리안 라이헬트에게 "FDP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하라"고 여러 차례 재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총선 이틀 전에는 "FDP에 힘을 달라"는 메시지를 쓰기도 했다.
이런 메시지에는 자민당이 잘 풀려야 '신호등' 연합이 무너지고 자민당과 기독민주당(CDU), 녹색당의 '자메이카' 연정이 성사될 수 있다는 암시를 담겼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런 메시지들이 악셀 스프링어와 FDP의 유착 관계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출된 2017년의 메시지에서 되프너 CEO는 인류 문명이 추울 때보다 따뜻할 때 더 발전했다는 이유로 "기후변화에 대찬성"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와 싸우지 말고 적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에서 그는 자신의 외교적 관점에 대해 "서방을 해방하고 편협한 무슬림과 다른 쓰레기들을 X 먹이라"고 비속어를 섞어 언급했다.
또 동독인을 깎아내리는 표현인 오시스(ossis)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들은 공산주의자 아니면 파시스트다. 중간이 없다. 역겹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되프너 CEO는 빌트, 디벨트 등을 발행하는 악셀 스프링어의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가디언은 되프너 CEO가 최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인수를 통해 지나치게 극단화한 미국 미디어 지형에 비(非)당파적인 저널리즘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면서, 이번 의혹은 이와 같은 언행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되프너 CEO가 사업가라기보다는 공적인 지식인으로 여겨져 왔기에 이번 메시지 유출에 더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되프너 CEO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40여 년에 걸쳐 발행된 내 기사들은 내가 생각하는 방식을 보여주지만, 맥락 없는 문자와 대화의 단편들은 진짜 내 사고방식을 떠받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는 실제하고 위협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으며, 동독인과 무슬림에 대해선 "아무런 편견도 없다"고 주장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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