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라틴 교회 가톨릭 총대주교, AP 통신 인터뷰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연정에서 극우 성향 인사들이 득세하면서 기독교의 발생지 예루살렘에서 기독교인들의 삶이 위태로워졌다고 로마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가 주장했다.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는 13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정부가 성직자들을 괴롭히고 종교 시설을 파괴하는 극단주의자들을 대담하게 만들면서, 2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지의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독교 교회 간 업무를 조정하는 인터-처치 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중순까지 최소 7건의 교회 시설 파괴 행위가 있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 6건보다 많다.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 행위는 당국에 신고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2명의 이스라엘인이 동정녀 마리아가 묻힌 것으로 여겨지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쇠막대기로 성직자를 폭행하다가 체포됐다.
2월에는 예수의 십자가형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진 비아 돌로로사의 교회에서 미국계 유대인이 예수상을 훼손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런 폭력이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자발라 총대주교는 "이렇게 잦아진 공격은 새로운 경향이 되었다"며 "그들은 현재 문화적, 정치적 분위기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고 용인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자발라 총대주교의 이런 우려는 이스라엘이 건국하면서 내세운 종교적 자유에 대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타니아 베르그-라파엘리 이스라엘 외무부 세계종교 국장은 "이스라엘이 약속한 종교적 자유는 우리에겐 영구적으로 중요한 약속으로, 모든 종교와 모든 소수 집단은 성지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자신들과 기독교 종교 시설이 극우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과 유대 명절인 유월절이 겹치는 기간 이스라엘 경찰이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서 무슬림들을 강경하게 진압한 상황은 이런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AP 통신은 추정했다.
예루살렘은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 공통 성지다.
이슬람교도는 이곳을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메카에서 날아와(이스라) 승천한 뒤 천국을 경험(미라즈)한 '고귀한 안식처'라고 부른다.
반면, 유대교도는 예루살렘을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고대 왕국의 솔로몬과 헤롯왕이 바빌로니아와 로마 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지었던 곳이라고 믿으며 '성전산'(Temple mount)으로 부른다.
기독교도 역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한 예루살렘을 성지로 여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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