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등급 PF-ABCP 금리, 5%대에서 9% 가까이 치솟아
'옥석 가리기' 과정서 불확실성 우려…투자수요 감소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이달 중으로 예정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 가동을 앞두고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부실 사업장 선별작업이 본격화되면 PF 유동화증권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수요가 위축, 그간 잠잠했던 금리가 다시 꿈틀대는 모양새다.
17일 삼성증권[016360] 및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그동안 하향 안정화됐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가 최근 재상승했다.
3개월 만기의 A1등급 PF-ABCP의 일별 금리 평균은 지난 13일 4.4%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 4.0∼4.1%까지 내려갔으나 이달 들어서는 4.5%를 넘기도 했다.
신용도가 더 낮은 A2등급 PF-ABCP의 일별 금리 평균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초 금리 평균은 5%대였으나 지난 13일 기준으로 7.8%로 집계됐고, 지난 11일에는 8.9%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이 금리는 2월 말 4.02%였다가 글로벌 긴축정책 완화 기대감을 타고 지난달 말부터 4.0% 아래로 내려와 줄곧 3.97%를 유지, 하향 안정화됐다.
증권가는 PF-ABCP 금리가 튀어 오른 주된 배경으로 대주단 협약 가동을 꼽았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PF-ABCP의 수요가 감소한 것은 이달 대주단 협약 체결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줄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단 협약 과정에서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으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협약 체결에 만기 연장과 같은 조항이 적용되면 뜻하지 않게 상환이 지연되는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당국은 사업성이 우려되는 사업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모든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이달 중에 가동,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이 심화한 사업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매각·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대주단의 기조가 부실 털기와 원활한 지원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둘지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대주단이 지원이라는 '당근'과 구조조정이라는 '채찍'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주단의 작업이 본격화되더라도 실제 시장에 미칠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실 작업장 정리 과정에서) 신용경색에 빠지는 금융회사가 나온다면 그건 극소수의 중소형사일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도 봤듯 정책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처하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PF-ABCP 관련 유동성 경색 해소를 지원하고자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동해온 매입 프로그램 운용 기간을 기존 5월 말에서 연말까지 늘리기로 한 상태다.
이와 관련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0일 "작년 말부터 진행된 PF-ABCP 매입 프로그램과 정부의 지원책, 업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금은 매끄럽게 연착륙하는 분위기"라며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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