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대형 소매체인 월마트가 '적자 심화'를 이유로 시카고 저소득층 거주지의 매장들을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까지만 운영하고 영구 폐쇄하기로 한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결정 번복"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월마트는 지난 11일 시카고 남부 섀덤의 '월마트 수퍼센터'를 포함한 시카고 지역 4개 매장에 대한 폐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4곳 중 3곳이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저소득층 다수 거주지 소재 매장이다.
월마트 측은 이들 매장에서 매년 수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특히 2018년 이후 5년새 손실 규모가 2배로 커졌다"고 이 같은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13일과 14일 연이어 해당 매장 앞에 모여 "유일하게 생필품을 살 수 있던 곳이 사라지게 된다. 운영을 계속해달라"며 "폐점 강행시 대규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역사회 리더들과 선출직 공무원들도 "월마트 매장 폐쇄는 저소득층 거주지 주민들에게 더 큰 문제를 안길 수 있다"며 "폐점 재고"를 촉구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섀덤 월마트 수퍼센터는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발생 후 흑인들의 항의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졌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매장 중 한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월마트는 매장 문을 닫는 대신 매장 안팎을 새 단장하고 1차 진료소를 설치하고 건물 외벽에 지역사회 역사를 기리기 위한 벽화를 그렸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남부의 유명 종교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마이클 플레거 신부는 "월마트는 불과 2년 전에 매장을 재개하면서 '지역사회와 계속 함께 하면서 봉사하고 여러분과 협력하며 함께 성장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공허한 말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월마트는 20여년 전 이 곳에 들어와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던 소규모 상점들을 죄다 고사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텅 빈 이 곳을 떠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월마트가 절도 가능성이 높은 자가 계산대(self-checkout) 제거 등 개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도 않고 폐점 결정을 내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등학생 말콤 박스는 "다른 지역에서 월마트는 여러 소매업체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시카고 남부, 우리들의 삶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라며 "생필품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가족에게 줄 생일 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엘지 심스 일리노이 주상원의원은 "월마트 측이 시카고 당국자 또는 선출직 공무원들과 사전 논의를 했어야 한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식료품과 약은 어디로 사러가야 하는지' 막막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마트 측은 폐점 매장의 직원들에게 다른 매장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레이몬트 로빈슨 시의원은 "결국 지역사회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과 지역사회 리더들은 "월마트가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시카고와 일리노이주는 물론 인근 인디애나·미시간주의 매장까지 가서 시위하고 월마트 보이콧 운동을 벌여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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