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 건설사들 "이대론 단체교섭 못해"…고용부에 시정 요청
타워크레인 사업자단체 "건설노조와 같은 규약·조직으로 노조 결성"
건설노조 "교섭 요구는 합법…응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을 앞둔 건설 노사의 힘겨루기가 벌써부터 팽팽하다.
올해는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에 대대적으로 나선 상황이라 2년 전 협상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요 건설노조가 교섭요구 공문을 보내자, 건설사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단체가 산하 조직으로 있기 때문에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면서 노조의 합법성부터 따지고 나섰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노조의 토목건축분과와 타워크레인분과는 이달 초부터 전국 건설현장에 교섭 요구 공문을 속속 보내고 있다.
건설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은 2년 주기로 이뤄진다.
교섭요구서를 받은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들은 단체 대응에 들어갔다.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사들이 모인 지역별 철·콘 연합회는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에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사업주체로 판단 받은 산하 조직을 탈퇴 또는 제명해야 한다는 행정지도를 해달라"는 요청서를 일제히 보냈다.
연합회는 "건설노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으로서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결정을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여기에는 호남·제주(55개사), 대구·경북(21개사), 부산·울산·경남(19개사), 대전·세종·충청(10개사) 등 100여개사가 참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산하에 자신들과 같은 사업자단체를 두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아니며, 이에 따라 이들과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삼은 것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연달아 나온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이다.
공정위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판단하고 과징금을 두 차례 부과했다. 부산지부가 이름은 노조지만, 실제로는 굴착기, 지게차 등을 소유하고 임대료를 받는 사업자단체인데, 비조합원들이 건설사와 계약하는 것을 방해하며 경쟁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울릉지회에 대해선 건설기계 임대 단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구성원들에게 고지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철·콘 연합회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내왔으나,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에 흠결이 있는 것을 확인한 상황에선 단체교섭 요구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들은 노조 설립 준비에 나섰다.
공정위의 과징금을 받은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도 '사업자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서를 서울지방노동청에 넣었다.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공정위 의결 대상인 건설기계 사업자들처럼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사업자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며 "타워크레인 업계의 사업주 역시 일부는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은 "타워크레인 사업자들을 기반으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동일한 규약, 유사한 조직을 갖춰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런 사업자들의 움직임에 반발하며 단체교섭 절차를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은 전문건설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공정위는 건설기계분과위원회 소속 특정 지부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린 사실이 있지만, 건설노조가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판단한 적이 없다"면서 "건설노조의 교섭 요구는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보장한 적법한 권리행사이며,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건설사들이 노조의 교섭권을 부정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건설노조는 공정위 결정에 항소하며 법적 다툼에 나섰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노조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 일용직 노동자"라며 "사업자단체가 임단협을 앞두고 공정위 결정을 빌미 삼아 노조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임단협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근절 등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강하게 추진한 데 따라 노조는 각종 수당 인상과 안전 관련 제도 강화 등 요구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 측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줄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