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수단의 봄…독재자 축출한 군부가 이제 권력다툼(종합)

입력 2023-04-16 16:50   수정 2023-04-17 14:45

머나먼 수단의 봄…독재자 축출한 군부가 이제 권력다툼(종합)
30년 독재자 몰아낸 군부듀오 '동지에서 적으로'
군통수권 두고 충돌…전문가 "내전으로 비화 중대위기"
수단, 서방·러 아프리카 세력 경쟁 속 지정학 긴장 지역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전명훈 기자 =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한 무력충돌 배경에는 동지에서 적으로 등 돌린 두 장군의 갈등이 있다.
수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민병대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주인공이다.
정부군과 RSF는 서로 상대방을 향해 수도 하르툼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둘은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충돌에 돌입했다.
정부군은 RSF를 '반군'이라고 선언해 이번 사태가 정통성이 없는 무장세력의 체제전복 시도라고 주장한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지만 RSF는 대통령궁, 육군참모총장 거처, 수도에 있는 국제공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부군은 수도에 있는 시민들에게 알아서 대피하라고 권고한 뒤 전투기 공습에 들어갔다.

◇ 30년 독재자 몰아낸 뒤 쿠데타정권 토대 마련
두 장군은 30년 가까이 수단을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힘을 모은 동지였다.
알바시르는 1989년 쿠데타에 성공한 뒤 국가구제혁명평의회라는 입법, 행정을 독점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의장에 앉은 인물이었다.
그는 국가원수로 지내다가 1996년부터 직함을 대통령으로 바꾸고 부정선거 논란 속에 연임을 거듭해 장기독재를 지속했다.
수단에서는 2019년 알바시르의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수개월 동안 이어졌다.
부르한과 다갈로, 두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RSF는 이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켜 알바시르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수단에는 이후 군민 합동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그러나 부르한과 다갈로가 함께 지휘하는 군부는 수단에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고 했던 과도정부도 2021년 또 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군부의 입지를 다진 당시 정권의 1인자는 부르한이었고 2인자는 다갈로였다.

◇ 동지에서 적으로…'전대권력' 군통수권 두고 반목
독재정권을 몰아낸 이들의 동거는 향후 통치 방향에 대한 이견 때문에 오래가지 않았다.
특히 10만명 규모인 RSF를 정부군에 통합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졌다.
RSF를 흡수한 새 군대의 지휘권을 누가 점할지를 두고 부르한과 다갈로는 명운을 건 대결에 들어갔다.
부르한은 2년 안에 RSF를 정부군에 통합할 것을 요구했지만, 다갈로는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RSF는 2013년 결성돼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잔혹한 학살을 주도한 잔자위드 민병대에서 발전한 조직이다.
특히 이 무장세력은 2019년 시위대 120여명을 학살하고 인권을 유린한 혐의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다.
RSF가 최근 수단 전역에 조직원들을 배치하자 정부군은 이를 위협으로 간주했다.
그런 긴장이 고조되다가 결국 양측이 정면으로 무력 충돌하고 수십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치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 머나먼 수단의 봄…'쿠데타 대명사' 오명 넘어 내전격화 우려
수단에 민주 정권을 설립하라는 민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수단 군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민간 주도 과도체제 도입과 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한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사이에 위치한 수단은 1956년 독립한 이후 15번에 걸친 쿠데타 시도가 일어났다. 그중 성공한 쿠데타는 5번이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면적이 세번째로 크고 인구는 4천900만명 정도(미국 중앙정보국 추산)다.
세계에서 쿠데타가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쿠데타 시도를 많이 겪은 국가가 수단이다.
축출당한 독재자 알바시르의 집권 수단도 쿠데타였던 것처럼 수단 정권은 쿠데타로 전복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군부대의 공개적인 충돌이 일어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수단의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수단 특사를 지낸 캐머런 허드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수단 정부군과 RSF의 분쟁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드슨 연구원은 "분쟁을 빠르게 종식하고 민간과 대화를 재개하는 데 실패하면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서방, 러 영향력 확대 주시중…"수단 문제가 아니라 대리전쟁"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아프리카에서 서방과 러시아, 중국 등이 영향력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수단이 그 중심지역이 돼 왔다는 점이 꼽히기도 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수단의 운명이 서방, 특히 미국에 관심사로 유지돼 왔다면서 수단이 서방과 러시아간 확대된 글로벌 대립 구도에서 발화점이 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단은 아랍 문화권과 아프리카의 교차 지역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방대한 천연자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수단 진출 기회를 엿보는 이유다.
특히 '30년 독재자'였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수단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유엔, 아프리카연합(AU) 등도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헌신에는 수단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던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러시아가 민간 용병단 '와그너 그룹'을 현지에 파견, 수단 군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그너그룹은 수단에서서 금광 채굴권까지 확보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고, 러시아 정부는 또 홍해 연안의 항구에 군함 정박을 허용하라고 수단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역시 홍해의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수단의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부군과 RSF 양측에 갈등 고조를 멈출 수 있도록 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수단과 국경 약 1천㎞를 맞댄 이웃 국가 차드가 이번 무장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차드는 당분간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수도 하르툼의 한 주민은 영국 가디언에 "이번 충돌에는 지역 내 (각국의) 영향력이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양쪽이 어떤 주변 국가의 지원을 각각 받고 있다. 이번 충돌은 수단의 문제가 아니다. 대리전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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