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구진, 화석 3D 이미지 분석 뒤 "미스터리 풀렸다" 제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3억년 전 바다에 살던 생명체 중에는 평균길이 15㎝의 '툴리 몬스터'(Tullimonstrum gregarium)라는 기괴한 모습을 한 생물도 있다.
미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프란시스 툴리가 1958년 일리노이주의 화석 보고인 '메이존 크리크'에서 처음 발견했지만, 안테나처럼 달린 눈과 촉수처럼 나온 길쭉한 입 등은 생물 분류학상 어디에도 속한다고 할 수 없어 반세기 이상 수수께끼의 동물이 돼왔다.
지난 2016년에 툴리 몬스터가 먹장어처럼 둥근 입을 가진 원구류(圓口類)와 비슷한 척추동물이라는 가설과 함께 척추동물 초기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논문이 이어지면서 관련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연구원 미카미 도모유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3차원(3D)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툴리 몬스터가 적어도 척추동물은 아니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학술지 '고고학'(Palaeontology)에 내놓아 논란에 마침표가 찍힐지 주목된다.
일본 도쿄대학에 따르면 미카미 박사는 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나고야대학 연구진과 함께 메이존 크리크에서 발굴된 툴리 몬스터 화석 150여개와 다른 동물 화석 70여개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메이존 크리크는 해양 생물이 부패하기 전 해저의 진흙에서 화석으로 보존된 몇 안 되는 화석 발굴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3D 레이저 스캐너로 화석의 3차원 컬러 지도를 만들어 표면의 미세한 변화를 색으로 분별하고, X선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머리에서 길게 나와 있는 입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앞선 연구에서 툴리 몬스터를 척추동물로 분류하는 근거가 됐던 특성들이 척추동물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미카미 박사는 "여러 가지 증거를 토대로 할 때 툴리 몬스터가 척추동물이라는 가설은 옹호될 수 없다"면서 "툴리 몬스터의 머리 부위에 몸에서부터 연장된 분절 구조가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데, 어떤 척추동물도 이런 특성을 갖고 있지 않아 무척추동물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척추동물이냐, 무척추동물이냐의 미스터리는 풀린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툴리 몬스터가 척추동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지만 무척추동물 중에서도 어느 계통으로 분류할지에 관해서는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다음 연구로 미뤘다.
어류와 비슷한 모양을 한 창고기와 같은 무척추 척삭동물이거나 지렁이 등이 포함된 일종의 원구(原口) 동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야자키 박사는 "화석으로 보존되지 않은 흥미로운 동물이 많다"면서 "그런 점에서 메이존 크리크에서 발굴된 화석은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고고학적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툴리 몬스터는 기괴한 모양에도 메이존 크리크에서만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1989년 일리노이주 상징 화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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