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올 1분기 난민신청자 중 압도적 1위…美 국경통제 강화도 영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카리브해를 건너는 아이티 출신 서류 미비 이주자 행렬이 줄지 않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멕시코 난민지원위원회(COMAR) 자료를 종합하면 올 1∼3월 접수된 난민 지원 신청자 3만7천606명 중 1만3천631명(36.2%)이 아이티 출신 이주자로 집계됐다.
출신국 분류상 가장 많은 건데, 올 1분기에만 벌써 지난해 전체(1만7천153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온두라스 출신 이주자(8천620명)의 약 1.6배 수준이다. 그 뒤로는 쿠바(2천596명), 베네수엘라(2천547명), 엘살바도르(1천716명), 브라질(1천344명), 과테말라(1천341명) 출신으로 조사됐다.
아이티 출신의 경우 이런 추세라면 기록적인 해였던 2021년(5만952명)을 넘어설 것으로 COMAR는 예상했다.
이주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배경은 대체로 아이티 내부에 있다.
아이티는 극도로 불안해진 치안 상황 속에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1천100여명 인구(2021년 기준) 중 약 10%가 거주하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경우 갱단이 밤낮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엔은 "올해 들어 3월 15일까지 아이티에서 갱단 간 충돌 영향으로 531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으며, 277명이 납치됐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더해 입법부는 의원들 임기 종료로 기능을 잃었고, 행정부 역시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아리엘 앙리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미국의 국경 통제 강화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요구하는 후원자 없이 '일단' 카리브해를 넘어 육로 행을 타진한 아이티인들이 멕시코에서 발이 묶이면서, 그냥 눌러앉는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 라라손데메히코는 COMAR가 최근 몇 주간 계속 들어온 아이티 출신 이주자들을 멕시코시티 남동부의 틀라우악에 마련한 센터에 수용하려 하지만, 센터에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인 데다 스스로 이동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COMAR 건물은 멕시코시티 도심에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이주자는 도심 광장에서 먹고 자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치아파스 등지에는 여전히 2만명 넘는 이민자가 '멕시코 내륙 관통'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몇 달간 멕시코시티 COMAR로 오려는 시도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COMAR는 올해 접수된 난민 신청 서류 중 7천300여건을 검토해 5천36건(전체 13.4%)을 승인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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