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인천주택 경매낙찰가율 50%수준…세입자 보증금회수 난관

입력 2023-04-18 11:33   수정 2023-04-18 16:50

건축왕 인천주택 경매낙찰가율 50%수준…세입자 보증금회수 난관
금융기관 선순위 근저당 대부분
소액임차인 보호 받아도 낙찰금액 낮아 최우선변제금 외 회수 어려워
전문가 "피해자 점점 더 늘것"…캠코, 51건 경매 연기 등 정부 대책마련 나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법원 경매로 넘어간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택이 감정가의 절반 정도인 저가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세입자가 끼어 있어 권리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유찰을 거듭하다가 결국 최저가가 감정가의 반값 이하로 떨어져서야 주인을 찾는 것이다.
낙찰 금액이 낮다 보니 국세나 선순위 근저당권자에 배당이 이뤄지고 나면 정작 세입자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속출할 전망이다.



18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통계를 보면 최근 '건축왕' A씨(61)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이 올해 들어 50∼60% 선에 그쳤다.
1월에는 숭의동 일대 주거시설 64건이 경매에 부쳐져 13건이 낙찰됐는데, 낙찰가율은 평균 59.7%였다.
2월에는 58건 중 19건이 감정가의 평균 61.30%에 낙찰됐고, 3월 들어서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97건이 경매로 나와 24건이 평균 58.9%에 낙찰됐다.

지난달 인천지역 주거시설의 평균 낙찰가율은 67.4%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많은 숭의동의 낙찰가율이 이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숭의동 경매 주택의 상당수는 '건축왕' A씨가 이른바 '바지사장'(가짜 집주인)을 내세워 전세를 준 주택과 오피스텔이 대부분이다.
'건축왕'의 전세사기 대상이 된 숭의동 S아파트(주거용 오피스텔) 83㎡는 이달 6일 3회차 입찰에서 감정가 2억8천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억3천801만원에 낙찰됐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4월 경매에 부쳐져 12월 초 1차 경매가 시작됐으나, 두 번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49%인 1억3천72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서울의 경우 1회 유찰 시 감정가의 20%가 삭감되지만, 인천은 한 번 유찰 때마다 최저가가 30%씩 떨어진다.
이번 낙찰자는 최저가보다 81만원을 더 써내 감정가의 49.3%에 이 오피스텔의 주인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저가 낙찰되다 보니 오피스텔의 세입자가 보증금 7천600만원을 다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오피스텔에는 '건축왕'이 건물을 신축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액으로 보이는 1억6천666만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낙찰가보다도 큰 금액이다.
그나마 세입자는 2020년 12월 전입하면서 보증금 7천600만원을 증액하지 않아 소액임차인으로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보증금 4천900만원은 돌려받을 길이 없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맺은 2020년 말은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했던 시기"라며 "당시에는 전셋값뿐 아니라 집값도 높았기 때문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도 위험성을 인지 못했을 수 있지만 집값이 급락하고, 낙찰금액도 떨어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사기 주택의 경매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현재 시세가 2년 전 감정가보다 낮은 경우도 적지 않고, '건축왕'처럼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는 권리관계가 복잡해 감정가 이상으로 고가 낙찰될 가능성은 낮다.
실제 올해 '건축왕' 소유로 보이는 숭의동 경매물건 중 D주상복합, H오피스텔, H주상복합 등의 올해 낙찰가는 감정가의 49∼60% 이내가 대부분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당장 숭의동에서만 경매 기일이 잡힌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총 12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건축왕' 피해자 주택은 1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축왕'이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2천700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급한 대로 당장 경매가 돌아오는 물건 가운데 국세가 우선순위이거나 공공기관이 부실채권(NPL)을 보유한 경우 경매 기일을 연기하는 임시방편을 취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인천지역본부는 본부가 부실채권을 매입한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가운데 3월에 37건, 4월에 14건 등 총 51건의 매각 기일을 변경했다.
경매를 취하 또는 중단할 순 없지만, 임차인이 정부의 지원책에 따라 대출을 받거나 임시 거주할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택 경매 문제가 확산하자 추가 지원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현재 피해자들과 정치권에서는 현재 경매절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채권자의 권리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어 방법론을 고심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앞으로 전세사기 주택의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까지 고려하면 세입자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금융기관에 압력을 가해 경매 절차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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