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생물, 플라스틱 쓰레기 타고 번식하며 신원양생물군 형성

입력 2023-04-18 11:44  

해안 생물, 플라스틱 쓰레기 타고 번식하며 신원양생물군 형성
태평양 쓰레기섬 플라스틱 70%서 해안 서식종 확인…일부는 원양종보다 많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부유물을 타고 육지와 인접한 곳에서만 서식하던 무척추 해양생물이 망망대해로 서식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 동부 수역에 떠다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GPGP)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부유물의 70% 이상에서 해안 서식종이 발견됐으며, 일부는 바다 한가운데지만 원양(遠洋) 종보다 해안 종이 더 많은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과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SERC) 연구진은 플라스틱 부유물로 수백만년간 유지돼온 해양 생태계의 생물지리적 경계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뗏목을 비롯한 자연 부유물은 시간이 흐르면 분해돼 사라지지만 플라스틱은 분해 속도가 느려 대양에서 해안 종에게 거의 영구적 서식처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런 플라스틱 부유물을 타고 떠도는 '신원양생물군'을 파악하기 위해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북태평 아열대 환류에서 수거한 105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시료 70.5%에서 해안 서식종이 발견됐다.
총 484종의 무척추 생물이 확인됐는데, 이 중 80%가 육지 인근 바다에서 발견되는 해안 서식종으로 밝혀졌다.
절지동물이나 연체동물 등과 같은 해안 서식종의 수는 원양 종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생물 다양성은 로프가 가장 높았으며, 해안 서식종의 밀도는 그물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히드로충을 포함한 해안 종과 원양 종 모두 플라스틱 부유물에 붙어 번식을 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해안 서식종이 대양에 쌓이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부유물에서 번식하고 성장하며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SERC 선임과학자 그레고리 루이즈 박사는 "이는 해안 무척추 생물의 분포와 확산에 벽이라고 생각해온 것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안 서식종을 비롯한 일부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 부유물에 붙어 산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대양에 군집을 형성할 정도로 퍼져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고 한다.
하와이대학 해양지구과학기술학부 선임 연구원 니콜라이 막시멘코는 "하와이 제도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 북동쪽에 있어 해변으로 밀려드는 쓰레기 대부분이 이곳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라면서 "과거에는 북미와 아시아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섬의 해안 생태계가 보호됐지만 현재는 쓰레기 섬의 해안 서식종이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급속히 변화하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제한된 이해와 지식 격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공해상의 물리적, 생물학적 관측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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