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신청한 채권 금융기관에 경매 기일 변경 요청키로
경매 절차 늦춰 임차인 거주권 확보…"곧 추가 대책 발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 회수를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경매를 신청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임차인 피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기관이 채권(대출금) 확보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일정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채권자에게 채권 회수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며 "경매 절차를 취하할 순 없고, 기일 변경을 통해 경매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매 절차 연기는 임차인의 거주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매에서 낙찰이 돼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에 들어가면 세입자는 곧바로 해당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경매 절차를 늦춰 임차인이 정부의 지원책에 따라 대출을 받아 거주지를 옮기거나 임시 거주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이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통계를 보면 최근 '건축왕' A씨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 50∼60% 선에 그치고 있다.
'건축왕'의 전세사기 대상이 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S아파트(주거용 오피스텔) 83㎡는 지난달 6일 3회차 입찰에서 감정가 2억8천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억3천801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금융기관으로부터 낙찰가보다 3천만원 가까이 많은 1억6천666만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세입자는 7천600만원의 전세보증금 중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인 2천700만원만 받고 나머지 4천90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된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2019년 보증금 7천2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으나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천만원으로 올려주는 바람에 소액임차인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다.
정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1·2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등에 경매 기일 연기와 관련한 협조 요청을 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인천지역본부는 본부가 부실채권을 매입한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중에 3월에 37건, 4월에 14건 등 총 51건의 매각 기일을 변경했다.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던 아파트도 캠코가 지난달 24일자로 매각 기일 변경 요청을 해 일단 경매 입찰이 중단된 상태였다.
정부는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 가운데 국세 회수를 위해 국세청 등이 공매를 신청한 경우에도 1년 간 공매 절차를 중단하는 조처를 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경매 입찰만 뒤로 연기되는 것일 뿐, 세입자가 못받은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아니어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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