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WFP 직원 피격 사망 후 250개 구호 프로그램 중단
북다르푸르 치료시설 부족으로 총상 입은 민간인 잇따라 사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 수단의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점점 격해지면서 현지에 주재하는 외교관과 국제구호 기관 직원들이 공격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수단에서는 미국 외교관 차량이 총격받는 상황이 있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 공격에 대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위험하다. 전체적인 안보 환경이 심각하게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총격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신속지원군(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 정부군 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각각 전화 통화를 하고 양측에 엄중히 경고했다.
이번 총격 과정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 차량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고 미국 국기까지 단 외교 차량이 공격당한 것은, 무력 충돌이 그만큼 격렬하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현지 주재 외국 외교관이 공격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에이단 오하라 유럽연합(EU) 대사도 전날 수도 하르툼에 있는 관저에서 공격받았다.
이 소식을 전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비엔나 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외교공관 및 직원들의 안전은 수단 당국의 최우선 책임이자 국제법에 따른 의무"라고 강조했다.
외교관뿐만 아니라 국제 구호 기구 직원들도 날로 격화하는 정부군과 RSF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
무력 충돌 이틀째인 지난 16일에는 서부 다르푸르 카브카비야에서 활동 중이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직원 3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신디 매케인 사무총장은 WFP 직원들의 비보를 전하면서, 직원들의 안전 문제를 재검토하는 동안 수단 내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WFP 직원 사망 이후 다르푸르를 중심으로 구호 활동을 펼쳐온 다수의 국제 구호단체가 일시적으로 활동을 멈췄다.
수단에서는 전체 인구(약 4천800만명)의 3분의 1이 국제사회의 구호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구호단체의 활동 중단이 치명적이다.
또 북다르푸르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무력 충돌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민간인들이 수술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FS)의 일원으로 현지에서 활동 중인 사이프러스 파예는 "부상자 대부분이 무력 충돌 와중에 총탄을 맞은 민간인이며 아이들도 있다"며 "지난 48시간 동안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총상 환자가 11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긴급구호 조정관은 AFP 통신에 "격해진 싸움으로 인해 유엔 기구와 인도주의 파트너들이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수단 전역에서 진행되던 250여개 구호 프로그램도 중단됐다"고 우려했다.
수단의 군부 지도자 부르한 장군과 RSF를 이끄는 군부 이인자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고, 2021년엔 재차 쿠데타로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RSF를 정부군으로 통합하는 일정과 통합 후 군 지휘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생긴 갈등이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볼케르 페르테스 유엔 수단 특사는 지난 15일 시작된 무력 충돌로 17일까지 최소 185명이 숨지고, 1천8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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