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서도 영변외 '강선 우라늄 시설' 쟁점
김정은 핵무력 '기하급수적 증강'의 핵심 변수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이 비밀리에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 농축시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산하 공영방송인 미국의 소리(VOA)에 북한이 영변 핵단지 내 우라늄고농축시설 외에 1~2곳의 비밀 농축시설을 더 운영하면서 핵물질 추출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DC에서 개최 중인 '대량살상무기·군비통제·군축·비확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례회의'에 맞춰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플라토늄 생산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핵분열 물질을 계속 생산했다"면서 "아마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확대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금까지 공개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영변 핵시설내에 있는 시설이 유일하다.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등 미국의 과학자 일행을 영변 핵시설에 초청해 자발적으로 원심분리기 2천개 등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적이 있다. 2천개의 원심분리기라면 연간 약 40kg의 핵무기용 HEU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영변 이외의 장소에서 북한이 우라늄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7000개에서 최대 1만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중"이라고 말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핵연료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로 원심력을 가해 우라늄의 동위원소인 우라늄 235(U-235)와 우라늄 238(U-238)을 분리, 추출하는데 사용된다. 우라늄을 캐내면 여러 동위원소가 섞여 있는데 그 가운데 238이 99.3%이고 235는 0.7%에 불과하다. 핵분열성 물질이 우라늄 235인데, 이를 추출해야 핵무기를 만들 고농축우라늄(HEU)를 만들 수 있다. 그 장비가 바로 원심분리기이다.
영변 이외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은 2019년 2월 27∼28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최대 쟁점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미국 정보 당국이 파악한 '영변 외의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모두를 해체,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이 "영변이 가장 큰 시설"이라고 강변하자 트럼프는 "협상할 준비가 안됐다"고 말하고는 협상장을 나가고 말았다.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 당국이 파악한 영변 이외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으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지역이 강선(또는 강성)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가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꽤 많이 조달했다"면서 "이중 3천~4천개는 영변 핵단지에, 나머지 4천~6천개는 1~2곳의 비밀장소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그는 영변 외 핵시설로 의심된 '강선'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자 북한이 이곳의 원심분리기를 다른 비밀 시설로 옮겨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플루토늄이 비교적 큰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이 필요한데 반해 농축 우라늄은 매우 비밀리에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바로 우라늄 농축 방식 핵무기의 무서움이다.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현재 북한의 HEU 생산 능력은 연간 130-240kg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매년 8-16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양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비밀리에 가동 중인 농축 우라늄 시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lw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