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특정지점 모래·바위에 몸 문질러 청소…사교 차원도
호주 연구진 "몇시간 동안 함께 헤엄치며 행복한 시간 보내"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혹등고래가 마치 사람이 목욕탕에 가듯 바닷속 일정한 장소에 모여 몸을 청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 대학 연구진은 혹등고래가 바위 등을 이용해 묵은 피부 등을 벗겨내는 모습이 관찰 카메라에 잡혔다고 국제 해양과학 및 공학 저널(JMSE)에 지난달 소개했다.
연구팀은 2021년 8월∼지난해 10월 골드코스트 해안에 서식하는 혹등고래 5마리를 포획, 개체마다 등에 비디오가 장착된 센서를 등에 부착한 뒤 바다에 다시 풀어놓고 이들의 행동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고래들이 해변가에서 약 10㎞ 떨어진 수심 40∼50m 지점에 옹기종기 모여 모랫바닥을 뒹굴거나 바위에 몸을 비비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 고래는 한 번에 최소 1번에서 최대 8번까지 모랫바닥 위를 굴렀으며 매번 비슷한 위치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피스 대학 소속 올라프 마이네케 박사는 "고래들이 등을 완전히 바닥에 대거나 옆으로 엎드리면서 기이한 구르기를 하고 있었다"면서 이 같은 행위 후에는 고래의 피부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그 주변에 모여들어 떨어진 고래의 피부를 섭취했다고 한다.
고래들이 자주 모이는 특정 해저 부근에는 모래와 거친 돌이 함께 섞여 있어 묵은 피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마이네케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피부가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따개비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들 고래가 따개비를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피부를 벗겨내는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은 혹등고래 외 수염고래와 벨루가도 해저 자갈 등에 몸을 문질러 피부를 긁어낸다고 밝혔다.
마이네케 박사는 이들 혹등고래가 목욕을 통해 사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함께 수영하고 뒹굴며 묵은 피부를 벗겨내는 행위를 동료와의 즐거운 여가 활동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마이네케 박사는 "고래 2마리가 몇 시간 동안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함께 바닥을 구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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