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피해주택 공공매입해도 임차인은 한 푼도 못 건져"
경매 유예, 은행·제2금융권에 채권추심기관까지 참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 미추홀구 피해 주택의 경우 공공매입을 하더라도 후순위인 임차인은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피해 주택 경매 유예에 대해선 은행을 비롯해 제2·제3 금융권, 채권추심기관까지 전부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공매입 임대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검토를 못 해 볼 이유는 없다"면서도 "미추홀구 피해 주택의 경우 선순위 담보 설정이 최대한도로 돼 있어 공공이 매입해도 피해자에게 갈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좋은 일을 시키는 데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며 "이는 피해자를 도와주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필요할 경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공공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경매 등을 통한 보증금 회수 절차를 대신하고, 임차인에게 적정 수준의 보증금을 내주는 방식이다.
보증금 반환 채권가격을 임대보증금의 50% 이상으로 산정하도록 해 피해자가 보증금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50% 반환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50% 손실 확정을 포함하는 것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야당도 (공공매입을 통한 보증금) 전액 반환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는 사기 범죄 피해 금액을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떠안으라는 뜻이기 때문"이라며 "(보증금 전액 반환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입법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동의가 필요한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공공, 즉 캠코가 금융기관 부실 채권을 매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인이 들고 있는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합당한 기간 유예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부실 채권이 돼 채권추심 단계로 넘어간 채권에 대해서도 행정 지도를 통해 경매가 유예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 장관은 "그런데도 한계가 있다면 시행령을 고친다든지 긴급 입법을 통해 피해자들이 합당한 기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매를 유예하는 것이지, 담보권 행사를 영원히 말소시키거나 재산권을 빼앗은 것이 아니다"라며 "4개월보다는 길겠지만 정확한 유예 기간과 조건 등에 대해선 관계 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임차인들에게 경매 주택 우선 매수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선 "과거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이 운영된 바가 있으나, 최고 가격에 사게 돼 있어 운영 실적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우선 매수권으로 다른 사람의 재산권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일이 생기고, 악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합의하겠다"며 "이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선 매수권 도입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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