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올해 초 미국에서 경찰관들에게 몰매를 맞고 숨진 20대 흑인 남성의 유가족이 시 당국을 상대로 5억5천만 달러(약 7천3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테네시주 멤피스시 경찰관들에게 폭행 당한 뒤 숨진 타이어 니컬스(29)의 유가족은 이날 멤피스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범죄조직과 다를 바 없는 경찰관들에게 흑인과 유색인종을 겨냥한 테러 행위를 자행할 수 있도록 계속 허락한다면 그런 도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경고의) 메시지"라고 유가족 측 변호인 벤 크럼프는 말했다.
그는 손해배상청구액을 5억5천만 달러로 설정한 것도 미국 흑인인권 지도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1968년 멤피스시에서 암살당한 지 올해로 55년째라는 것을 고려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7일 귀가 중이던 니컬스를 난폭운전 혐의로 불러세운 멤피스시 경찰관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 그에게 거듭 폭언과 위협을 가했고, 두려움을 못 이겨 달아나는 니컬스를 붙잡아 가혹한 폭력을 행사했다.
이후 체포된 니컬스는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만에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건 뒤 작성된 경찰 보고서는 니컬스가 먼저 경찰관들에게 공격적으로 싸움을 걸어왔다고 적었지만, 이후 공개된 보디캠 영상에는 이와 전혀 다른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공분을 자아냈다.
니컬스 폭행에 가담한 경찰관 5명이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현장 응급 처치를 부실하게 한 소방서 응급요원과 앰뷸런스 운전자 등 3명이 해고되는 등 징계가 이어졌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만, 2020년 5월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진압해 숨지게 한 사건과 달리 니컬스 사망 사건의 가해자들은 5명 전원이 흑인이다. 이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본 웰스는 이번 소송을 제기한 건 돈 때문이 아니라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 경찰 5명은 내 아들을 살해했다. 그들은 내 아들을 때려죽였고 그들은 내 아들의 죽음과 관련 있는 모든 사람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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